"잠긴 방에서 악취가.." 세 모녀 죽음엔 생활고가 드리웠다

by김화빈 기자
2022.08.22 15:27:53

세 모녀, 화성시로 이사올 때 전입신고 안 해 ... 복지망 누락
어머니는 암, 두 딸은 희귀 난치병 ''생활고'' 극심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문이 잠긴 세입자의 방에서 악취가 나요.”

21일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세 모녀는 암과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경제난이 겹쳐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한 경찰은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확인에 난항을 겪었지만, 정황증거를 토대로 해당 주택에 살고 있던 60대 여성 A씨와 20대 자녀 B씨 30대 자녀 C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머니인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모두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어 일상적 경제활동이 불가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병원비로 인해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0만원도 종종 연체했다. A씨의 남편도 지병 등으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세 모녀는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수급 등 지자체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이 없었다. 관할 지자체도 이들의 경제적 사정을 몰랐다. 특히 세 모녀는 화성시에 위치한 지인의 집에 주소를 등록힌 상태에서 수원시로 이사할 당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였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들이 만약 전입신고를 했더라면 통장이 확인 방문을 해서라도 어려움을 파악해 생활 서비스 상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20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다세대주택에선 발달장애 아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못해 시신을 반년 동안 방치한 사건도 있었다. 아들 김씨는 2008년 11월부터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고, 공과금도 몇 개월째 체납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이를 올렸으나 관련 지원을 받지 못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이나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극단적 선택 역시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어 관련 혜택을 안내받지도 못해 발생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