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금통위원 "금리 인하는 내수회복에 도움"[일문일답]

by최정희 기자
2024.03.26 15:00:00

서영경 위원, 내달 임기 종료 앞두고 기자회견
"금리 인하는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
금리 인하시 주택가격 상승 위험 크지 않아
이창용式 포워드 가이던스 "금리 예측가능성 높여"
산업계 출신, 여성 금통위원 "다양성 차원에서 긍정"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6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별관 2층 다목적 컨퍼런스홀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26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소비가 작년 이후 예상보다 더딘 회복을 보이는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최근 내수의 금리 민감도가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 위원은 내달 12일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 참석한 후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내달 20일 퇴임한다.

서 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팬데믹 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2020년 팬데믹 시기, 고인플레이션기 등에 통화정책을 어떻게 해왔고 앞으로 어떤 과제들이 남았는지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다.

이날 서 위원은 올해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경우 가장 큰 효과에 대해 ”내수 회복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 상승이 주택 가격 상승이나 가계대출 증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가 주창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시계 확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음은 서영경 금통위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금리 인하시 긍정과 부정적 효과가 있다. 가계부채 비율, 기업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변동금리 비중도 높아서 실질금리가 플러스 영역이라 긴축적 영역이다. 당연히 빚 상환 부담이 증가해 소비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금리를 인하하기보다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킨다고 본다. 금리 정상화시 부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줄어들어 내수에 긍정적이다.

올해 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율과 주택 가격 상승률을 보면 가계대출 증가율은 올 들어 마이너스이고 주택 가격 변동률도 높아졌지만 3월 들어 안정적이다. 결국은 주택 가격 상승 심리가 중요한데 심리지수가 100에 가까워 아주 높거나 낮지 않다. 현재로선 (금리 인하가) 주택 가격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어 양방향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 포워드 가이던스를 오랫 동안 실시한 나라들을 보면 기간이 확대되면 정확도가 낮아지고 분포가 벌어진다. 다만 이창용 총재가 계속해서 얘기했듯이 포워드 가이던스는 어떤 전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망에 부합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전망 편차가 확대될 수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진다면 시계를 확장하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기대 관리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 미국은 금리 점도표를 제시하는데 금리 점도표와 실제 금리 결정은 차이가 많다. 미래의 기준금리를 제시하는 것은 커미트먼트(commitment·약속)가 아니다. 과거엔 앞으로의 방향성, 기간 등에 대해 제시한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미래 기준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또 3.5%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 기대 관리에는 도움이 됐다고 본다. IRS의 미래 금리, 3개월 이후의 시장 기대를 비교한 것인데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물가 패스가 중요하다. 내수 회복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도 봐야 한다. 올해 민간소비 전망이 1.6%이고 상반기는 1.1%인데 내수 회복이 얼마나 되느냐가 관심이다. 금리 정상화가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을 균형 있게 보면서 가야 한다.

△기후변화, 노동시장 구조 변화 등으로 인해 주요국의 중립금리가 상승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낮아질 요인이 있다. 상방, 하방 요인이 있다. 이 부분은 한은 조사국에서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수준에서 용인하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하는 정책을 견지해왔다. 공통 요인에 의한 자연스러운 환율 변동인지, 기대 쏠림에 의한 과도한 변동인지에 대해선 그 때 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제 경험을 보면 2020년 기준금리를 연 0.5%로 사상 최저 금리로 인하했는데 최저 금리가 장기화되면 예상보다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주택 가격 상승이 빨랐다. 그때 제가 가진 생각은 이것이다. 어느 정도 균형 수준의 중립금리가 있는데 그 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과도하게 (금융불균형을) 자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정상화 과정이기에 초기에는 자극이 크지 않겠지만 지나치게 금리가 낮아지면 그러한 리스크가 있어 기대 관리가 중요하다.

-△ 미국의 양적완화와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제로금리까지 갔기 때문에 장기채권 매입을 통해서 장기 시장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단기 시장금리를 관리한다. 시장금리 관리 차원에서는 일맥상통하나 우리는 제로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유동성을 빨아들이면서 총량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 관리는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나 우리나라는 신용경색, 유동성 경색이 나타난 부분으로 타깃했다.

△ 저는 비교적 균형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여성 금통위원은 필요하다고 본다. 여성 뿐 아니라 다양한 제고 측면에서 금통위원 구성의 다양성은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산업계에 몸 담았던 분이 오시면 균형 잡힌 시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여성 고위직이 늘어나야 한다. 한은의 경우 입행할 때는 여성 비중이 40% 정도인데 시간이 지난다고 여성 고위직 비중이 늘어나지 않는다. 지난 주 미국 출장을 갔는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여성 경제학자들을 만난 기회가 있었다. 심지어 연준에서도 여성이 40대가 되면 열정이 중요들어 남성과 열정 갭이 난다는 말을 하더라. 일과 가정을 양립하려다 보니 열정 자체가 약화된다고 할까. 미래의 롤모델 차원에서 여성 금통위원이 유지되고 확대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