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행 ‘자비스’ 무료전환 검토…세무사들과 공생 원해”

by김정유 기자
2021.11.09 14:58:27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인터뷰
자비스·삼쩜삼 서비스 운영, 최근 급성장 ‘두각’
세무단체 고소·세무사법 개정안 등 변수에 ‘한숨’
일부 사업 무료 전환 검토, 법률 등 사업확장 계획도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세무사들과 갈등 대신 협업으로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정유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세무사들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사업 중 일부인 세무대행 ‘자비스’ 서비스를 무료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세무사들과 ‘갈등’이 아닌 ‘협업’으로 시장을 키우는데 노력해나갈 계획입니다.”

9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기술적인 부분을 우리가 제공하고 세무사들은 전문성을 제공해 협업한다면 이용자들에게 더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무사들과) 같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김범섭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세무대행 플랫폼 업체다. 제휴 세무사들과 연계해 법인카드 영수증 처리, 급여 계산, 연말 정산 등을 대행해주는 ‘자비스’, 세무신고부터 환급까지 인공지능(AI)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삼쩜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자비스앤빌런즈는 삼쩜삼을 통해 세무 수수료를 최소 10분의 1로 낮추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가입자 수도 지난해 9월 6만명에서 올해 11월 700만명까지 늘었다. 기존 기업간거래(B2B) 시장 위주였던 세무대행 시장이 ‘삼쩜삼’의 등장으로 B2C 영역으로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특히 배달 라이더 등 ‘N잡러’(여러 부업을 하는 사람)들의 호응이 크다.

김 대표는 “당초 내 예상보다 10배 이상 반응이 좋았다”며 “크게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N잡러 등을 대상으로 첫 B2C 서비스 ‘삼쩜삼’을 론칭했는데 N잡러가 전체 가입자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서비스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자비스앤빌런즈이지만, 김 대표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한국세무사회 등 기존 세무사 단체들과의 갈등 때문이다. 세무사단체들은 자비스앤빌런즈가 기존 세무대행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고소·고발을 진행 중에 있다. 또한 국회를 통해선 ‘세무사법 개정안’으로 압박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신설된 ‘세무대리 업무의 소개·알선 금지’(금전적 대가 금지) 조항의 해석이 모호해 자칫 자비스앤빌런즈 같은 세무대행 플랫폼의 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자비스앤빌런즈는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최근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당장 세무사들을 연결해주는 자비스 서비스의 경우 개정안이 통과될 시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있어 현재 수수료를 없애고 무료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세무시장을 건들인다는 세무사들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싶다는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 시행 이후 세무사 단체들의 고소·고발이 잇따른 경우 적극적으로 법적싸움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다. 그는 “단순히 세무사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알선인지 아닌지 여부가 모호하다”며 “최종적으로 법원이 알선의 개념과 범위를 정의내리면 이후 그때 (사업에 대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번 갈등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과거 명함 앱 ‘리멤버’의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하는 등 스타트업계에서 많은 성공을 거둔 창업자다.

김 대표는 “과거엔 고객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느냐만 중요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나니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적 영향력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급성장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인데, 최대한 기존 사업자인 세무사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게 내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세무사들과의 갈등을 제외하면 자비스앤빌런즈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뚜렷하다. 삼쩜삼의 누적 세금 환금액은 1800억원에 달하고 가입자도 내년 상반기 1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80여명인 인력 규모도 연내 세 자릿수로 늘릴 계획이다. 또 오는 12월엔 삼쩜삼에 연말정산 서비스도 신규 오픈키로 했다.

김 대표는 퇴직 이후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그는 “계약서 관련 법률 자문 서비스, 수금 관련 법률 서비스 등 퇴직 이후 이용자들이 처할 수 있는 여러 법률 관련 문제들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도 내년 연말까지 론칭할 계획”이라며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입자 1000만명은 기존 세무대행 서비스로 확보하고, 이후 법률, 노무, 대출 등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 오는 2024년까지 가입자 250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수수료 개념이 아닌 월정액 모델로 수익 구조도 바꾸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사무실내 마련된 직원 휴게공간에서 마스코트 ‘쩜삼’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