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한 與野…호남 구애 vs 외연 확장
by송주오 기자
2021.05.18 15:05:33
여야 지도부 및 대권 주자들 일제히 5·18 정신 기려
호남, 대선 승리 가능성 높은 후보만 압도적 지지
이낙연·정세균·이재명, 5·18 메시지로 호남 지지 호소
野, 유공자 초청받아…외연확대 위한 ''서진전략'' 성과 보여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여야 지도부가 광주에 집결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다만 양측의 속내는 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의 민심을 다지는 동시에 대권주자들은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대적인 친(親)호남행보로 외연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연출했다.
|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송영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나란히 걷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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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만나 ‘광주 주먹밥’으로 조찬을 함께 했다. 송 대표는 “다툴 때는 다투더라도 뭉쳐야 할 때는 이 주먹밥처럼 해보자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여당 지도부는 5·18의 정신을 기리며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대권주자들의 행보도 바빴다. 코로나19 탓에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한 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은 메시지로 호남 민심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연대와 상생’을,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언론 및 검찰개혁’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가 폭력의 공소시효 폐지’를 앞세워 호남 민심에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정 전 총리는 민주화 운동의 완성의 조건을, 이 지사는 민주화 운동의 후속 처리를 각각 강조한 셈이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역 민심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 한 명에게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탓에 호남의 민심을 등에 업지 않고서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통과도 쉽지 않다. 세 명의 유력 후보들이 앞다퉈 5·18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면서 서로 다른 부분을 강조해 호남 민심을 공략한 배경이다.
국민의힘도 호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5·18 광주 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을 참석했다. 지난 7일 취임 후 첫 지역방문지로 광주를 선택한 김 권한대행은 열흘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았다.
김 권한대행은 기념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식행사에 국민의힘을 대표해 온 자리다. 감회가 남다르다”고며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 당하고 부상 당하신 분 모두 오늘의 민주화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그분들의 정신을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 원동력으로 삼는 게 뜻을 잘 받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운천·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공식 초청을 받아 17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민중항쟁 추모제에 참석했다. 보수정당 소속 의원이 유족회 공식 초청을 받아 추모제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서진전략’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당내 대권주자들의 광주 방문도 이어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광주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인 민주와 공화의 가치를 지켜나갈 때 호남에서도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16일 광주를 방문해 5·18유족들과 만났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은 특정정당, 지역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