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채권 발행, 국회 문턱에 또 걸리나

by윤진섭 기자
2011.02.16 15:59:46

이슬람채권 "테러자금 지원의혹"..개신교 반발
UAE 원전 지원 의혹 추가돼 국회 통과 불투명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법 통과를 추진 중인 정부는 이슬람채권 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조세소위까지 통과된 만큼 이번에 기획재정위에서 법안을 처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 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통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민주당 일각에선 정부가 이슬람채권 국회통과에 총력전을 펼치는 게 수출입은행의 UAE 원전 자금 확보를 지원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슬람채권 법안과 관련해 반대와 찬성을 나뉘어져 있다. 찬성하는 쪽은 이슬람 자금 유치의 중요성을, 반대하는 쪽은 특혜, 종교적 갈등 소지가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측은 "이슬람채권이 허용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 루트가 다양해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중동 국가들이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중동 자금이 필요하다. 2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다른 의원측은 "다른 외화표시 채권에도 혜택이 있는데, 이슬람 자금만 꼭 짚어 특혜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동 자금 유치가 목적이기 때문에 국회는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측은 "영국과 싱가포르에도 비슷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면세혜택은 부분적"이라며 "이슬람채권 이익이 테러자금 자금줄이라는 의혹은 여러나라에서 제기된 사안이다. 이런 논란을 빚는 자금에 특혜를 주는 게 합당한 것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수쿠크 발행을 위한 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는 게 UAE 원자력발전소 건립과 관련해 수출입은행의 대출금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와는 별도로 여·야 정치권은 개신교계가 이슬람채권 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도 법안 통과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길자연 목사)와 한국장로교총연합회(상임회장 양병희 목사)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방문, 법안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다양한 자금을 유치하자는 것이지,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며 경제적 논리로 법안을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이슬람채권이 허용되면 국내 금융회사나 기업들의 자금 조달 루트가 다양해지고, 조달 비용 측면에서도 훨씬 저렴해질 수 있다"며 "경제적 논리 차원에서 이 법안을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부 일각에선 미국도 이슬람채권을 끌어들이기 위해 법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테러자금 유입설을 이유로 법안을 통과시켜선 안된다는 일부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회 내에서 이슬람채권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재정부는 세제실을 중심으로 개별 의원 설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법안도 종교적 색채를 빼도록 손질키로 했다.
 
재정부는 채권의 성격, 내용에 따른 과세 방법,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기부금 투명성 처리 등은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키로 가닥을 잡았다.

재정부 한 관계자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산되면 모를까, 현재와 같이 종교적 논리가 작용돼 최종 법안이 무산되면, 자칫 중동지역에서 국내 기업이나 금융권들이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