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몰랐다" 큐텐·티메프 '각자도생'…수사 칼끝은?
by송승현 기자
2024.08.05 16:11:20
檢, 3일째 큐텐·티메프 사무실 등 압수수색
수사 핵심은 '재무위기 인지 시점'
미정산 사태 '스모킹건' 재무 판단서 비롯
티메프 경영진 "재무 상태 몰랐다" 선 그어
무리한 프로모션 등 단기 자금 위한 포석 의혹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검찰이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3일째 압수수색을 이어가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대표 모두 “재무 상태를 몰랐다”며 구영배 큐텐 대표와 선을 긋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수사의 핵심은 ‘재무 상태에 대한 인식 시점’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부장검사 이준동)은 5일 오전 서울 역삼동 큐텐 본사 사무실과 티몬, 위메프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구영배 대표 자택을 비롯해 티몬과 위메프 등 관련 법인 사무실 7곳 등 총 10곳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후 다음 날 곧바로 혐의 입증을 위해 큐텐테크놀로지 등 관계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3일째 압수수색은 재무·회계 자료 확보에 초점을 맞춰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 문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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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 이후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속도전 배경엔 티메프 미정산 사태의 ‘스모킹건’(직접적 증거)이 회계와 재무에 있다는 검찰 판단에서 비롯됐단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티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두 회사의 자금 관리를 담당한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을 지난 2일 소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티메프의 판매대금을 무리하게 가져다 쓴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를 위해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개발기능을 의도적으로 박탈하고 큐텐으로 통합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글로벌 이커머스 ‘위시’ 인수를 위해 티메프의 판매대금 400억원을 가져다 쓴 것을 ‘횡령’으로 적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소비자에게 받은 판매대금을 판매자들에게 정산하지 않은 걸 ‘사기’로 보고 있으며 압수수색 영장에 그 금액을 1조원으로 기재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티메프가 판매자들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걸 알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중개를 계속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티메프의 재무 기능이 박탈되고 큐텐으로 통합된 만큼 구 대표와 이 재무본부장은 수사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검찰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이르면 이번 주중 구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를 이번 티메프 사태의 공범으로 볼 수 있을지 여부다. 이들은 티메프의 재무 상태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며 구 대표와 선을 긋고 있다. 실제 류광진 대표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티메프 관련 심문기일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에게 “현재까지 자금 흐름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 제대로 공유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 류광진(왼쪽) 티몬 대표이사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회생법원 기업회생 심문기일 출석에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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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의 공범 여부는 ‘재무 위기 인지 시점’이 언제인지에 달려있단 관측이 나온다. 만일 미정산 사태가 불거진 이후 재무 상태를 인지했다면 죄를 묻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다만 티메프 대표이사들이 재무 위기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티메프는 최근 선불충전금 ‘티몬 캐시’와 각종 상품권을 선주문 후 후사용 방식으로 대폭 할인 판매했는데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무리한 프로모션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등을 지낸 김웅 법무법인 남당 변호사는 “티메프가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결국 대표이사의 결제가 있어야 할 텐데 이 프로모션은 단기 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이 분명해 보인다”며 “아무리 재무 기능이 박탈됐다고 해도 대표이사로서 자금 경색을 몰랐단 건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 대표 등은 티메프 사태가 이커머스 시장 특성상 시장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다 발생한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과도한 프로모션 역시 단기 자금 조달 목적이 아닌 이커머스 시장에서 중요한 고객 ‘잠금효과’를 위한 방편이었다고 반박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고의가 아닌 사고였단 취지다.
구 대표가 지난달 30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십 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고 해명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 대표 등은 고의성을 배척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검찰 수사는 이들이 티메프의 재무 상태를 알고서도 고의적으로 미정산 사태를 야기했단 걸 입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상가에서 티몬월드 미정산 사태 관련 디지털가전 피해 업체 긴급 현장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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