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기업 대중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유예 연장”…업계 "안도"
by김상윤 기자
2023.06.13 16:57:13
美상무차관, 산업계 인사들 만나 유예 연장 계획 밝혀
中생산기지 둔 삼성·SK하이닉스 등 韓기업 숨통
"불확실성 줄었지만, 중국 추가 투자 여전히 곤란"
[이데일리 방성훈 김응열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장비의 대중(對中) 수출 규제와 관련,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해 온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방침을 시사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규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여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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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이 지난주 산업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적용된 수출 규제 유예 조치를 당분간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당초 유예 기간은 오는 10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들도 장비 반입 시 개별 심사를 받도록 했다. 개별심사를 받게 되면 일일이 신고를 해야하는 만큼 허가기간이 길어지고 자칫 특정 장비 반입이 막힐 경우 사업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상무부는 삼성과 SK하이닉스, TSMC 등 한국과 대만 기업들에 대해선 1년 동안 허가 신청 없이 장비를 들여올 수 있게 했지만 1년의 유예 기간은 너무 짧아 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번 조치로 일부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에스테베즈 차관의 발언은 지난 3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유예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 의회에서 나오는 가운데 전해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정부는 한국과 대만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에 대해선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미국의 보복 없이 중국에서 기존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미 상무부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반도체업계는 중국 공장의 반도체 첨단장비 반입 허용 기간을 연장한다는 소식에 한숨을 돌리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공장 운영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이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미중 갈등이 완전히 줄어드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중국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는 여전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예 연장이 결정되긴 했지만, 언제까지 유예될지도 지켜봐야 한다”면서 “장비 업그레이드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할 경우 중국 기업과 초격차를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