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계약 '10년→무기한'…공정위 행정지도 "과잉개입"Vs"연성규범"
by김상윤 기자
2019.05.28 14:00:00
공정위 장기점포 계약갱신 가이드라인 발표
가맹점 결격사유 없으면 무기한 계약 갱신 요구 가능
가맹점 사전 평가시스템 도입..이의제기 가능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BBQ 등 불러 상생협약식 체결
가맹사업법 개정 지지부진하자 행정지도로 대체 지적도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두번째)이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기점포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 발표 및 상생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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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한을 무기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에 법 개정보다는 가이드라인을 통한 상생협약을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민법상 계약자유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행정지도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에 의한 법률관계의 형성은 법의 제한에 저촉되지 않는 한 각자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게 계약자유의 원칙이다.
공정위는 장기점포의 안정적 계약갱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8일 발표했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점사업자가 가맹계약기간 만료 전 180일부터 90일까지 사이에 가맹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갱신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계약갱신요구권은 전체 가맹 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가 가능하다.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의 투자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충분한 계약기간을 보장해 주고자 하는 취지다.
문제는 가맹계약기간이 10년에 이르는 가맹점사업자들이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부당한 거래조건을 계약갱신의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이 때문에 현재 국회에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기간을 20년까지 연장(정인화 의원안)하거나 무기한 연장(이학영, 제윤경 의원안)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가맹본부의 계약 상대방 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맹본부가 지속적으로 계약관계를 가져가고 싶지 않은데도 법에 규정돼 있으면 가맹점주와 의무적으로 계약을 갱신해야해서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합리적 근거에 따라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장기점포 운영자가 실정법 위반이나 영업방침 위배 등 법정 갱신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갱신을 허용하되, 사전에 공지된 평가시스템에 따라 계약갱신여부를 결정하고 가맹점주에게 이의제기 절차를 보장하는 방식이다. 평가결과 가맹점주가 계약갱신 거부대상이 되더라도 일정기간 재계약을 위한 유예기간도 부여했다.
다만 공정위가 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자 행정지도에 의존해 가맹본부의 권익을 침해하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정지도는 원래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관계를 바탕으로 일본에서 고안된 방식으로 딱딱한 사전규제보다는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전제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협력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방안을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마련했다고 밝히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국회,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마지못해 수용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가맹점주협의회, 프랜차이즈협회, 교촌치킨, BBQ, 네네치킨 등을 국회에 불러 상생협약식을 체결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공정위가 행정지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있다”면서 “문제를 부각시키지 않고 조용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갈등과 비용을 줄이는 장점은 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악용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사업자의 자발적 협력을 전제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