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시즌2’ 추진…세금폭탄 논란 극복이 관건
by박종오 기자
2017.12.27 15:00:00
[2018경제정책]
文정부, 내년 하반기 ''중장기 전략'' 발표
참여정부 ''비전2030'' 닮은꼴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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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년에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등 구조적 위험에 대응할 방안과 미래 비전 등을 담은 중장기 국정 운용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과거 참여정부가 향후 25년 뒤를 내다보고 짠 초장기 정책 전략인 ‘비전 2030’의 시즌 2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 노인 빈곤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 이후 복지 지출 등 재정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 민간 전문가 중심 작업반을 구성해 중장기 전략 수립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양극화, 저성장, 미래 불안 등 한국 경제를 짓누르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할 해법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준비 과제는 4개로 정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한 경제·사회 제도 혁신 전략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산업 생태계·과학 기술·교육 혁신 전략 △통상 환경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대외 통상 전략 △양극화와 그에 따른 사회 갈등 심화를 완화할 사회 통합 및 사회 자본 확충 전략 등이다. 계획의 실천성을 높이기 위한 재정 전략도 마련하기로 했다. 중장기 전략 추진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미리 헤아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작업반 연구와 함께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서울·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미래 콘서트’를 열고 청년에게 직접 정책 제안을 들을 계획이다. 이후에도 간담회·세미나 등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후인 하반기(7~12월) 중 완결한 보고서를 내놓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는 미래 전략 전담 부서를 꾸려 중장기 전략 관리·점검 등을 맡길 생각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저출산 및 노인 빈곤 완화, 여성 경제 활동 참여 제고 등을 위한 재정 지출도 지금보다 늘리기로 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길게 보고 선제적으로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8~2022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세울 때 중기 지출 계획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국가재정 운용계획은 향후 5년간 나라 살림 운영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정부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는 자료다. 구체적인 지출 확대 폭은 내후년인 2019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내년 9월 초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저출산 문제 등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길게 보고 돈을 쓴다면 향후 더 큰 편익을 가져올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돈을 쓰기보다 어떤 정책 내용을 만들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참여정부가 2006년 발간한 초장기 전략인 ‘비전 2030’ 보고서 표지 [사진=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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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처럼 재정 지출과 연계한 중장기 전략을 내놓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전신 격인 참여정부가 원조다. 참여정부는 정부·민간 합동 작업반을 구성해 지난 2006년 8월 ‘함께 가는 희망 한국 비전 2030’ 보고서를 발표했다. 복지 투자를 대폭 확대해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 찾아온 새로운 위협인 저출산·고령화, 양극화에 미리 대응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50대 핵심 과제와 전략 추진에 필요한 재정 소요도 담았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대통령 임기를 불과 1년 반 정도 남긴 힘 없는 정부라는 점도 문제였지만, 근본은 ‘세금 폭탄’ 논란에 있었다. 2030년까지 설계대로 복지 투자를 확대하려면 1000조원 넘는 재원과 증세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계획대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막대한 세금 부담으로 인해 현재의 20대와 30대는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중장기 전략의 관건도 결국 재원 마련 방안과 국민 설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재원을 조달할 증세에 일단 시동을 건 것이다. 정세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의 복지 국가로 나아가려면 일정 소득 이상 계층의 비과세·감면을 확 줄이는 등 소득세와 소비세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