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카드 많지않다…'밀당' 금호산업 채권단 우위

by김경은 기자
2015.05.07 14:32:42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금호산업을 되찾을 생사여탈권이 미래에셋그룹의 손에 달릴 전망이다. 박 회장이 결국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관전평이다. 채권단이 쥐고 있는 두 가지 옵션은 이번 경기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7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는 박 회장과의 개별협상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매각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는 채권은행과 재무적투자자(FI) 등 52개 채권기관으로 구성된다. 대체로 박 회장과의 수의계약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채권단내 분위기다. 초점은 가격에 맞춰져있다.

5월 중순 채권단 서면 결의를 통해 75%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미래에셋과 박 회장은 금호산업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하게 된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는 금호산업의 최대주주(8.55%)로 금호산업에 대한 채권단 의결권 60%를 차지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FI)의 대표로 가격 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공동으로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에서 채권단은 박 회장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 우선 ‘공정가치’(fair value) 산정 방식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의 가격 협상에 실패할 경우 회계법인을 통해 도출한 금호산업의 기업가치에 적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다. 채권단 결의를 거친 뒤 박 회장에게 이 가격은 일방통보된다. 채권단 결의를 거친 이 가격은 금호산업 지분의 ‘공정가치’로 인정되는 값이다. 그 이하로 매각할 경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 매각 기준 가격이 된다.

통보된 가격을 박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6개월간 제3자에게 매각하는 수의계약으로 전환된다. 이 때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효력이 일시 상실된다.



제3자를 찾지 못할 경우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은 회복되고 ‘돌림노래’처럼 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하는 매각절차가 반복된다. 이 때 박 회장은 다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채권단은 재입찰보다는 매각 잠정 유예를 선언한다는 계획이다. 즉 금호산업의 워크아웃을 지속시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효성없는 재입찰을 진행하기보다는 제 값을 받으려면 3~4년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이번이 가장 낮은 가격에서 되사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워크아웃을 유지하면 채권단의 경영간섭은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선임을 취소한 사례처럼 대표이사 교체도 가능하다. 박 회장이 채권단이 제안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금호산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봐야하는 이유다.

다만 박 회장이 쥔 카드도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 금호타이어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매물인데다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딜이여서 특성상 인수 후보군을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금호산업의 매각주관사는 매수 여력이 있는 국내 대기업 수십 곳을 찾아다니며 후보군을 물색했지만 실패했다. 사모펀드들 역시 경영이 어려운 계열사 딜에는 관심이 적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들에 대해 인수 진정성을 의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적기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실사를 할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매각이 유예되는데 대한 주주와 여론의 부담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불안한 현 경영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데 따른 기업가치 하락 우려 등으로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