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용만 기자
2004.07.01 17:01:02
청와대 시스템 문제도 지적..네티즌 비난 고조
[edaily 조용만기자]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개입됐다는 인사청탁 논란이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청탁 대상자가 친노 사이트 대표의 부인이고, 현직 차관이 해당대학교 교수를 상대로, 임명도 되지 않은 장관 내정자를 거론했다는 점 등이 적잖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청와대가 정동채 장관(당시 열린우리당 의원)과 관련된 민원을 접수하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개각을 단행하고,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사태파악에 나선 것은 시스템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인사청탁, 누가 누구에게 했나
현재까지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정동채 장관이 직접 인사청탁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인은 법적대응을 하겠다며 펄쩍 뛰고 있다. 인사청탁의 당사자는 성균관대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한 김모씨. 김씨는 친노 사이트인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의 부인이다. 서대표 자신은 이번 청탁에 직접 연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서 대표의 해명에 따르면 김씨는 성균관대 교수임용 공고를 보고 공개채용에 지원한 뒤 안면이 있는 오지철 문광부 차관에게 전화로 본인의 인사청탁을 했다. 서 대표는 "집사람은 제게 얘기해본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잘 아니까 나름대로 운동을 하기로 마음 먹었던 모양"이라면서 "집사람은 오차관에게 자신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김씨의 연락을 받은 뒤 성균관대 정진수 교수에게 전화와 면담을 통해 인사청탁을 했다. 오 차관은 문제가 불거진 뒤 "지난해 가을부터 광주문화중심도시 조성기획단에 참여해 알게 된 여성 연극학자 김씨로부터 전화 부탁을 받고 성균관대학교 정진수 교수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천거했는데 이 문제가 인사청탁으로 비화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 정동채 장관 인사청탁?..경위는
정 교수가 진정서에서 정동채 장관을 인사청탁 대상자로 지목한 것은 오 차관 및 김씨 면담에서 `정동채`라는 이름이 언급됐기 때문. 진정내용에 따르면 정 교수는 오 차관과 김씨로부터 이번 인사청탁이 `서영석 대표→정동채 의원(문화관광부 장관 내정자)→오지철 차관`으로 연결돼 있다는 정황을 들었다.
정 교수는 이를 `인사청탁 불용` 이라는 노 대통령 발언과 연결지어 지난달 25일 청와대에 비공개로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에도 불구하고 30일 정 의원은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정 교수는 30일 오후 청와대에 `공개`로 진정을 제기하면서 지난 25일 비공개 민원도 함께 공개했다.
정 교수에게 인사청탁을 한 오지철 차관은 이에 대해 "김씨에게서 전화를 받을 때 정치부 기자 출신 서씨(서영석 대표)를 통해 정동채 의원을 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진수 교수와 문화정책과 관련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부 장관 내정자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동채 장관도 김씨를 알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부분에서 정진수 교수가 깊이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 차관 입장에서 보면, 인사청탁의 당사자인 김씨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남편(서영석 대표)이 정동채 의원을 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에 따라 정진수 교수에게 김씨 추천을 부탁하는 과정에서 정동채 장관이 김씨를 알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 오 차관과 김씨로부터 정동채 의원 및 서영석 대표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 교수 입장에서는 이번 인사청탁이 서영석-정동채-오지철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이래선 안된다며 진정을 제기한 셈이다.
◇ 그것도 모르고 개각했나..청와대 뒤늦은 강경조치
인사청탁의 경위는 대강 윤곽이 잡히고 있다. 관련자 진술의 사실여부는 청와대 조사를 통해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탁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은 청와대 민원처리 및 인사시스템상의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 정 교수가 지난 25일 문광부 장관 내정자인 정동채 의원 관련 의혹을 제기했고, 28일 민원이 민정수석실로 이첩됐음에도 사실관계는 파악되지 않았다.
인사라인에서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민정·인사수석실은 30일 개각을 단행한 다음날 언론보도를 통해 정동채 신임장관의 인사청탁 의혹을 알게 됐다. 정상적 시스템하에서라면 장관임명전 보고를 통해 당연히 확인했어야 할 의혹검증을 빠트렸고, 하룻만에 언론보도로 뒤통수를 맞은 결과가 됐다.
청와대는 이같은 문제를 뒤늦게 인식, 개선책 마련과 관련자에 대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청와대는 ▲정진수 교수 민원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별도보고가 필요한 사안이었음에도 보고되지 않은 점 ▲25일 민원접수 후 사정비서관실로 28일 이첩이 됐음에도 30일밤까지 사정에서 관련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시스템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인사청탁건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서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사실관계에 근거해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김우식 비서실장은 "이번 민원처리 과정과 관련, 그 원인이 업무시스템에 있는지, 업무를 담당한 사람의 잘못인지를 정확하게 조사해서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