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진철 기자
2004.04.08 18:27:57
[edaily 이진철기자] 요즘 소규모 주택건설 업체들은 거의 휴업중입니다. 요즘처럼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안좋을 때 사업을 하다가 자칫 분양에 실패라도 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티파크처럼 대성공을 거둔 사업장도 있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고 차라리 사업을 안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산업부 이진철 기자가 요즘 주택건설업체들의 고민을 들어봤습니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8일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강연회에 나섰습니다. 강 장관은 "집값 폭등의 근본원인은 주택부족현상에 기인한다"며 "수도권에 매년 35만가구를 공급해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선 민간업체의 역할이 중요하고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에 주안점을 두고 주택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소신도 말했습니다.
건설관련 단체의 한 임원이 "재건축 소형평형의무비율이나 개발이익환수 등의 규제가 건설업체들의 주택사업 여건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강 장관은 "지금 시행되는 규제에 손을 대면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 때문에 당분간 규제완화는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부동산시장에는 ´풍선효과´라는 말이 곧잘 회자됩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온다는 의미인데, 어느 특정상품에 정부규제가 강화되면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상품에서 과열이 빚어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강 장관도 아마 이런 점을 우려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강 장관의 생각에 동의할 의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2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재건축사업을 주로 해왔던 M건설업체는 요즘 기존에 수주했던 사업 말고는 신규 수주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규모 재건축의 경우 대부분 도급제이기 때문에 건설사가 시공만 하면 되지만 소규모 재건축의 경우 수익을 시공사가 맡아야 하는 지분제로 대부분 수주해야 합니다. 때문에 요즘처럼 분양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미분양이라도 생기면 적자가 불보듯 뻔하다는 겁니다.
이 업체의 사장은 "나홀로 소규모 아파트의 한계가 있는데 조합원들이 분담금 낮춰달라는 민원으로 일반분양가를 높이려 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고가분양가로 미분양이 날 게 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일조권 등 각종 민원이 너무 많아 차라리 사업을 안하고 좀 쉬는 게 낫다"고 설명합니다. 택지를 사서 사업을 하기에도 땅값이 너무 올라 수익성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것까지, 요즘 사업을 안하는 여러 가지 이유를 얘기했습니다.
매년 1만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을 하는 B건설사 주택사업팀 H과장 역시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이 회사의 경우 IMF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지만 다행히 성공적인 구조조정으로 지난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해 지금은 경영이 정상화된 상태입니다.
H과장은 "워크아웃 들어갈 당시 분양사업장이 하나둘 사업에 실패하면서 회사경영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고 회상합니다.
물론, 회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택사업을 안할 수는 없지만 한번 겪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요즘은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아예 수주를 안한다고 합니다.
용산에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인 시티파크가 평균 330대 1이라는 청약경쟁률과 이틀간 청약증거금만 6조9000억원이 들어온 진기록을 세운 것을 본 L건설사의 분양팀 Y과장도 시티파크보다 20여일 일찍 청약접수를 받아 성공적인 계약률을 기록한 것에 안도했다고 말합니다. 자칫 시티파크 관심에 묻혀 분양이 실패했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택사업 담당자들은 이런저런 고민이 많습니다. 한때 소위 ´말뚝만 박아도 분양이 되던´ 잘나갔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값 폭등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주택업체들의 입지는 지금 좁을대로 좁아졌습니다. 물론 민간기업이라는 특성상, 수익을 많이 남겨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되도록이면 사업을 안하겠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강 장관도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민간업체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주택업체들도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보낼 수 없습니다. 이제는 민-관이 함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를 어떻게 할지 상생의 고민을 함께 해나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