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탄핵시, 삼성 사장단 인사 연내로 앞당길수도
by양희동 기자
2016.12.09 14:29:33
최대 난관이던 이재용 부회장 청문회 절차 일단 넘겨
향후 증인 출석 없고 특검도 추가 수사엔 시일 걸려
박대통령 거취가 확정되면 준비한 인사案 실행 가능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둔 청와대의 모습. 이번 탄핵안 가결 여부는 삼성의 연내 사장단 인사 단행과 각 그룹의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 등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무기명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표결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탄핵소추의결서 사본이 청와대에 보내지고 그 순간 박 대통령의 모든 직무는 정지된다. 전 국민이 시선이 국회로 모인 가운데 삼성그룹 역시 이번 탄핵안 처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탄핵안 통과 여부가 사장단 인사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9일 삼성에 따르면 이번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면 당초 12월초로 예정됐다가 국회 국정조사 청문화와 특검 등의 여파로 내년 이후로 잠정 연기된 사장단 인사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인사를 연기했던 가장 큰 원인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9대 그룹 총수를 대상으로 지난 6일 진행된 1차 국조 청문회였다. 이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와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발언으로 주목 받긴 했지만 향후 추가적인 증인 출석 가능성은 해소된 상태다. 또 3·4차 청문회의 증인 명단에는 삼성과 관련된 인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 조사를 앞두고 있긴하지만 최장 내년 4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라 수사를 이유로 인사를 계속 미룰 수도 없다는 것이 삼성 내부의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검찰이 삼성에 대해 조사한 부분을 모두 특검에 넘긴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특검은 초기엔 기존 수사 내용을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삼성에 대한 특검의 추가 압수수색 등은 기존 검찰 수사에 대한 확인이 끝나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고 삼성 입장에선 특검 과정을 마냥 기다리며 인사를 미루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삼성이 가장 우려했던 청문회가 일단 큰 문제없이 지나갔고 특검도 단기간에는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박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되면 연내 조기 인사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국정조사 청문회가 있었던 이번주엔 인사를 하기가 물리적으로 적절치 않았고 (청문회) 1~2주 후에 할건지는 박 대통령 퇴진 여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려나가는 상황이 해소되고 (박 대통령 탄핵 가결로) 사태가 우선 일단락이 되면 한숨 돌리고 인사라던지 내년도 경영 및 투자 계획도 본격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현재 정기인사 안(案)을 모두 마련해놓고 시행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근무기간이 끝난 주재원들도 이달말 국내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소속 전무·상무급 일부 임원들은 계약기간이 만료돼 퇴임 통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 인사를 더이상 미루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미전실 해체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 2008년 삼성 특검에서도 전략기획실 해체는 그해 5월 14일 정기 인사가 단행된 후 48일 뒤인 6월 30일 따로 이뤄졌다. 이번에도 인사와 미전실 해체는 별도로 진행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미전실 해체는 인사보다는 오히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와 연관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사장단 인사의 폭도 삼성 특검 당시 승진자가 3명에 불과할 정도로 최소폭이었던 것에 비춰볼때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선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도 오는 19~20일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삼성이 연내에 사장단 인사를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보지만 부결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삼성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인사나 내년도 사업 계획이 완전히 안갯속에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