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강남 재건축 아파트 세무조사 2배 확대

by피용익 기자
2017.09.27 12:00:00

지난달 286명 이어 302명 추가 조사
잠실5단지 등 재건축단지 위주 선정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국세청이 서울 강남권 다주택자와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8·2 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세무조사 대상과 범위를 늘렸다.

국세청은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와 다주택 보유자 가운데 취득 자금편법 증여, 공공 택지 분양권 다운계약 혐의자 30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국세청은 재건축 아파트 취득 자금 편법 증여 혐의자는 잠실 주공 5단지 등 단기간에 시세가 급등한 대규모 재건축 단지 취득자를 위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거래 당사자와 그 가족의 최근 5년간 부동산 거래 내역, 재산 변동 상황을 분석해 변칙 증여 및 사업소득의 누락 등 세금 탈루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되고 있으나, 서울 강남, 부산 등에서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토지 시장에서도 공공 택지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는 등 일부 과열 현상을 보여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제세 탈루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번 세무조사 확대 배경을 전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9월 18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맷값과 전셋값 모두 0.04%씩 올랐다. 강남·서초·동작구 등은 하락했지만 강동구는 둔촌주공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상승했고, 송파구는 사업이 진척되고 있는 재건축 단지와 신규 단지가 몰려있는 잠실동에서 국지적으로 상승했다.

앞서 국세청은 8·2 부동산대책 발표 1주일 후인 지난달 9일 부동산 거래 세금 탈루 혐의자 28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국세청이 다주택자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12년 만이다.

당시 세무조사 대상은 △다주택 보유자이거나 30세 미만이면서 고가 주택 취득자 중 자금 출처 부족자 △시세에 비해 분양권 프리미엄을 과소 신고한 자(다운계약) △분양권 다운계약 및 불법 전매 유도 등 탈세·불법행위를 조장하고, 부동산 가격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중개업자 △고액 전세금을 편법 증여받거나,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서 소득을 축소 신고한 주택 신축판매업자 등이다.

이번 세무조사에선 △서울 강남 4구, 부산 등의 지역에서 재건축 진행·완공 아파트(분양권)를 취득한 자 중 자금 출처가 부족해 사업소득 누락 또는 변칙 증여받은 혐의가 있는 자를 중점적으로 선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울 강남 4구 등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 기대와 함께 부동산 거래 과정의 세금 탈루 행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탈루세액을 엄정히 추징하는 한편 관련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관계기관에 통보·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