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태환 기자
2016.08.22 14:53:26
노인·외국인 개인정보로 49대 불법개통·5000여만원 챙겨
명의도용 피해자, 요금체납에 재산가압류 통지서 받아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노인이나 외국인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몰래 휴대폰을 개통하고 이를 팔아넘겨 수천만원을 챙긴 휴대폰 대리점주가 적발됐다. 이러한 대포폰 때문에 개인정보 도용 피해자들은 자신이 쓰지도 않은 휴대전화 요금까지 부당하게 청구받았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사기 및 사서명 위조·행사 등 혐의로 중랑구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점주 이모(44)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에게 불법개통된 휴대전화를 사들인 혐의(업무상과실장물취득)로 우모(5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0월 14일부터 같은해 12월 24일까지 당사자 모르게 명의를 도용해 총 49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우씨에게 팔아 5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과거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일하면서 받아놓은 고객들의 신분증 사본을 이용했다. 그는 신분증 사본을 확보한 대상자 중 본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가 없는 노인이나 외국인들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명의를 도용당한 이들이 통신사에서 발송한 우편물 등을 받지 못하도록 휴대전화 개통 신청서에 가입자 주소와 연락처를 허위로 적는 치밀함도 보였다.
명의도용 피해자들은 대포폰의 할부금 및 통신요금이 체납돼 사설 채권추심기관에서 재산가압류예정통보서 등을 받고 나서야 피해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의 범행은 가압류예정통보서 등을 받은 일부 노인들의 자녀가 지난 2월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휴대전화 개통 때 본인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우씨는 경찰조사에서 “이씨가 판 휴대전화가 불법개통된 것인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개통하려는 고객들은 본인의 신분증 사본이나 스캔한 파일이 (대리점에) 보관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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