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안한 성동조선 경영정상화

by김영수 기자
2014.01.02 15:30:39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2011년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개시된 성동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자율협약 체결 당시 국민은행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후 채권단에서 빠져나간데 이어 지난해 말 무역보험공사(지분율 22.7%)가 출자전환에 반대하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제 채권단에 남은 채권금융회사는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53.1%)과 우리은행(16.2%), 농협은행(6.0%) 등 3개 은행뿐이다.

당장 무보의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로, 채권단은 곤경에 처하게 됐다. 수은이 채권단에 상정한 1조 6228억원 중 무보의 분담액인 약 3700억원을 빼고 출자전환하거나, 다른 채권금융회사들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 현재로선 추가지원분만큼 손실처리(대손충당금적립)를 해야 하는 채권금융회사로서는 무보의 분담액을 떠안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수은은 무보에 시황회복으로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발을 뺀다며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은 입장에선 찬물을 끼얹은 무보가 야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무보는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중소조선사인 신아SB(옛 SLS조선)의 지원건으로 1조원이 넘는 보험금을 물어준 아픈 과거가 있다. 무보는 이후 경영위원회 등을 설치해 심사를 강화했다. 이번 성동조선에 대한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도 ‘신아SB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보는 실사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도 막대한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며 이 경우 심각한 기금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수은은 향후 시황 회복으로 이번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더 이상의 자금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무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채권단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가자금지원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차단한 셈이다.

수은의 시나리오대로 성동조선의 경영정상화가 순풍을 탈 경우 채권단은 명분과 실리(채권 회수)를 챙길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또 다시 경영 악화로 인한 추가자금지원이 필요할 경우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보가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이유에 비춰볼 때 추가자금지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키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 농협은행도 국민은행, 무보의 전철을 밟아 채권단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익스포저를 가장 많이 보유한 수은 역시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시황 회복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수은은 정밀한 실사 결과를 토대로 컨틴전시 플랜 등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권단에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4조원에 육박하는 거액의 지원자금(채권액)을 허공에 날리지 않기 위한 유비무환의 자세가 더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