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말기’ 회장의 호소 “삶의 막바지 환자, 지금도 치료의 손길 기다린다”

by권혜미 기자
2024.02.19 15:15:24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유튜브 출연
2016년 폐암 4기 판정, 3개월 남아
“환자들, 지금도 의사 배려 기다린다”

사진=유튜브 채널 ‘폐암 환우TV’ 캡처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국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하고 있는 가운데, 폐암 말기인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며 의사들에 호소했다.

19일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은 폐암 환우회 유튜브 계정인 ‘폐암 환우 TV’ 계정에 ‘모든 의료 정책은 환자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회장은 현재 폐암 말기로, 치료를 중단한 뒤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16년 폐암 4기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124번의 항암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 ‘이제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약이 없다’는 말을 듣고 치료 중단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생이 남았다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날 숨이 찬 듯 거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이 회장은 정부를 향해 “국민도 의사들의 부족은 실감하고 있지만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보건복지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대학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나”라며 “준비 안 된 증원은 의사의 질을 낮출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법과 강자의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이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정부에 반기를 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해 “환자단체를 운영해 보면서 의협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환자들은 지금도 치료 환경의 개선과 의사들의 배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삶의 막바지에서 환자들은 지금은 간절하게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줄 것을 부탁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환자 중심의 의료 정책, 환자들의 입장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살펴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주시기 바란다.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정책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전공의들은 이날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오는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진료유지명령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15일 또는 개설허가 취소, 의료기관 폐쇄명령 등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