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10억 주면 마약 근절할 수 있나…일개 장관 말장난 말라"

by김범준 기자
2023.11.09 11:44:26

9일 민주당 정책회의서 한동훈 장관 '작심 비판'
"권력기관 특활비·업추비 등 예산 대폭 증액돼"
"소명 못하면 삭감 원칙…한동훈, 같잖은 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정부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를 두고 제대로 소명하지 않은 부처 예산은 삭감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말장난’ 하지 말라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홍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건전 재정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어려운 국민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면서, 정부 씀씀이는 방만하게 낭비하는 이중성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대폭 증액된 권력 기관의 업무추진비와 제2의 특활비라 불리는 특정업무경비가 그 중심에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는 모두 올해보다 수십억 증액돼 1조원 넘게 편성됐고 특활비도 증액됐다. 민생·복지·미래 예산을 깎아 정부가 쌈짓돈처럼 쓰는 돈은 늘린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는 물론 감사원, 경호처, 법무부, 경찰청 등 권력기관의 해당 예산들이 대폭 증액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정부 예산안 부처별 관서 업무추진비는 전년(2023년) 대비 26억원 증가한 1072억원이 편성됐다. 대통령실은 62억원에서 67억원, 기재부는 23억원에서 25억원, 감사원은 89억원에서 11억원, 경호처는 19억원에서 21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내년 예산안 부처별 특정업무경비도 올해 예산 대비 28억원 증가한 9046억원이 편성됐다. 법무부는 551억원에서 567억원, 경찰청은 6416억원에서 6430억원, 경호처는 23억원에서 25억원, 대통령실은 15억원에서 16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부처별 특수활동비(안보 목적 제외)도 올해보다 8억원 증가한 360억원이 편성됐다.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한동훈의 검찰이 수사하라는데 쓰라고 국민이 준 혈세를 어디에 썼는지도 모르게 그 내역을 은폐하고, 명절을 앞두고 나눠 가졌다는 의혹에도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국민 주머니를 털어 자기 배를 불리는 정부의 기만적인 예산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적절한 업무추진비나 특활비, 특정업무경비사용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와 함께 앞으로 부적절 사용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것”이라며 “자료 제출을 통해서 사용처를 반드시 해명해야만 특활비 등을 인정할 것이고, 내부 지침을 개선하고 공개해 이를 바탕으로 반드시 사후관리 통제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세 가지 조건이 확인되는 특정업무경비·특활비·업무추진비만 인상 또는 현재 수준에서 동결 인정할 것”이라며 “소명을 못하는 부처나 관련 예산은 삭감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표는 “제가 그동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 이런저런 반응을 하지 않았는데, 하도 말이 같잖아서 한번 이야기하겠다”며 “(한 장관이) 2억7500만원 마약 수사비를 (민주당이) 없앤다고 했는데, 그럼 마약 수사비를 10억원쯤 해주면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느냐”고 직격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하느냐”면서 “마약 수사비가 필요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어디 썼는지 소명하면 (예산을) 더 올려줄 수 있다. 그래도 일개 장관인데 말장난처럼 그런 짓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민들이 2억7500만원밖에 안 되는 수사비를 민주당이 전액 깎겠다고 하는 것에 놀랄 것 같다”고 발언했다. 또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서도 “마약 예산을 깎겠다, 돈도 지원 안 될 것이고 인원도 늘지 않을 것이라 그러면 메시지는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마약 할까 말까’ 깔딱고개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