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지겨워"…친할머니 흉기 살해 10대 형제 항소 기각

by황효원 기자
2022.05.12 13:23:29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10년 넘게 자신들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형제의 항소가 기각됐다.

잔소리를 한다며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형제 (사진=뉴시스)
12일 대구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진성철)는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구속 기소된 A(19)군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형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기소된 동생 B(17)군에 대한 검사의 항소도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자백한 점, 범행 당시 고등학생인 점 등을 종합하면 1심에서 선고한 형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군에게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7년, 동생 B군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항소심 공판에서 A군에게 무기징역형을, B군에게는 징역 장기 12년·단기 6년을 구형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가사회가 보호해야 할 최상의 가치인 생명을 침해한 범죄로 범행 내용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타고난 반사회성이나 악성이 발현됐다고 판단되진 않으며 교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A군은 지난해 8월30일 오전 대구 서구 자신의 집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고 꾸짖는 것에 격분해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군은 현장에 있던 친할아버지까지 살해하려다 동생의 만류로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았다.

B군은 형이 할머니를 살해할 때 비명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사전에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신체장애가 있는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