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선수가 가리킨 '그 사람들'..정치권 "기필코 밝혀내야"

by박지혜 기자
2020.07.02 12:41:0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최숙현(22)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도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 선수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총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기자회견에 의해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새벽, 23살의 어리고 어린 최숙현 선수가 숙소에서 뛰어내렸다. 엄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였다. 그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같은 직장 운동부에 속한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이었다”고 분노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경북체육회, 경주시청, 경주경찰서 그 누구도 최 선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며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행·폭언에 대해 신고를 하고 조사를 독촉했으나 하염없이 시간만 끌었고, 대한체육회와 대한철인3종경기협회에 진정서를 보내봤지만 아무런 사후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경북체육회는 비리를 발본색원하지 않고 오히려 선수 부친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사건을 무마시키려고만 했다. 더불어 경주시청은 부친이 제기한 민원에 ‘그냥 고소 하라’고 으름장을 놓았으며, 경주경찰서는 무성의하게 조사를 마치고는 검찰에 이첩시켰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누가 이 선수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들의 엄중처벌을 촉구한다. 같은 체육인으로서 정말 참기 힘든 분노를 느낀다”며 “두 번 다시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숙현법’을 조속히 만들어 대한민국 스포츠의 희망인 청년 체육인들이 맘 편히 웃으면서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진석 통합당 의원도 2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최 선수의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폭행과 폭언을 당하면서도 ‘도와 달라’고 외친 절규를 우리 모두가 보듬고 귀 기울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감독과 코치, 학교와 정부,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서야만 한다. 그동안 정부가 꺼내놓은 대책들이 아무 소용없는 이유도 서로에게 짐을 지우고, 우리 모두가 방관한 탓이 크다”며 “체벌과 폭력으로 만들어진 메달에 환호할 국민은 없다. 저부터 진지하게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 사람들의 죄’를 기필코 밝혀내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사진=뉴시스)
정의당도 “체육계 폭력에 대한 제2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제 체육계 폭력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직접적인 가해자뿐만 아니라 사건을 묵인하고 방조, 무마한 의혹이 있는 당사자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경주시청과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경기협회 등의 관련자들에게 선수 보호에 최선을 다했는지, 사건을 무마하고 단속시키려 했던 책임은 없는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최 씨가 상습 폭행과 괴롭힘, 갑질 등을 당했다고 밝혔다. 녹취록에는 고인을 폭행하고 모욕하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고인은 올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를 고소한 뒤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등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지인들은 “고(故) 최숙현 선수가 공공 기관, 책임 있는 단체에 도움을 청하였지만, 모두 그를 외면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모두 2건인데 최 선수의 지인들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들은 최 선수가 당한 감독과 선배들로부터 당한 폭행뿐만 아니라, ‘식고문’ 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가운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 선수 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감독과 선배 선수들의 이름, 사진 등이 퍼지고 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엄중 조치를 약속했고, 대한철인3종협회는 오는 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또 경주경찰서는 지난 3월 11일 검찰로부터 고소장을 넘겨받아 최 선수와 감독 등을 대상으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를 벌였다.

감독은 지난 5월 29일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강요, 폭행 등 혐의로, 팀 닥터와 선배 선수 2명은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사건은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관할지역 문제로 대구지검에 넘겨져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