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07.20 12:04:31
경유 가격은 OECD 9위로 저렴
붙는 세금은 OECD 평균 초과
"50% 넘는 유류세 징벌적 수준"
"경유 우대 잘못" Vs "제2 담뱃세"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 선진국들에 비해서 경유가 싼 것이 사실이죠. 그것이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한 원인이라는 점이 밝혀진 이상 경유 사용을 우대하는 식으로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형식이죠. 장기적으로는 다른 유류와 전체적인 가격 체계를 (보면) 세금 때문에 그것(경윳값)이 싸지는 정책은 잘못된 정책이라는 거죠.”
김진표(70·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20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당장 기사 댓글에는 악플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면 국내 경유 가격이 해외보다 싼 게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건 사실(팩트)이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센터장이 지난 4일 공청회에서 발표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 연구용역에 따르면 그렇다. 우리나라 경유 가격은 리터당 1.061 달러(작년 4/4분기 기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아홉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 가격(리터당 1.184달러)보다 리터당 0.123 달러가 저렴하다.
그런데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을 고려하면 절반의 진실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격차를 논외로 하더라도 경유 가격 통계가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유세 부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유에 붙는 세금 부담률은 OECD 평균치를 넘어섰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경유 가격에서 세율이 차지하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52.1%(작년 4/4분기 기준)다. 이는 OECD 평균(50.7%)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은 경유에 붙는 세금 부담률이 40%도 채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유세 부담률이 높은 건 각종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경유에는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정부가 분류한 세목에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이를 유류세로 통칭해 부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 소비자 가격(7월 2주차 기준)은 1229.2원이다. 이 중 641원(52%)이 세금이다. 게다가 리터당 경유 소비자 가격은 2015년 1164.5원, 2016년 1182.5원으로 매년 오름세다.
이 같은 경유세를 놓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다른 조세와 비교해도 경유세가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가 지난 2월 국회 토론회(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주최)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경유 등 수송용 연료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 미만이었다. 하지만 붙는 세금은 올해 에너지 관련 조세 수입(올해 정부예산 기준) 중 88%에 달했다. 이는 OECD 국가들의 수송용 연료에 붙는 세금 비중(70% 미만)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휘발유·경유에는 전력·석탄·가스 등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징벌적 수준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수송용 에너지에 세금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에너지원 간 과세 형평성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교수는 “경유세를 올리면 국민 부담만 늘어나고 미세먼지 감축도 못해 제2 담뱃세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석탄·원자력 등 발전용 연료에 붙는 세율을 올리는 게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기획위는 지난달 29일 ‘새 정부 조세개혁의 방향’ 주제로 브리핑을 열고 조세·재정특위를 신설해 하반기부터 경유세 등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도 특별기구 설치 내용이 반영됐다.
김진표 위원장은 경유세 논의와 관련해 “온실가스 등 다른 환경 문제, 국민 부담, 국제적인 동향,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전문가와 각계 대표들이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제대로 된 조세 개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이르면 내년 7월께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