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도발에도 `대화` 강조한 中, 추가제재 동참할까
by김대웅 기자
2017.07.05 12:29:46
中, `대화와 협상` 강조..강력 제재 주장하는 美와 충돌 예상
사드 강력 반대하는 中, 추가 제재 압박 시 대북제재 이탈 가능성도
7~8일 G20서 트럼프-시진핑 신경전 예고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후에도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서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는 미국과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오는 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어떠한 입장차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대북제재 공조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4일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주장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의 관련 결의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 및 발사 활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며 “중국은 북한이 규정을 위반하고 발사 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또다시 안보리 결의 위반 행동을 하지 말고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촉구했다. 겅 대변인은 “한반도 상황이 복잡하고 민감해 유관 각국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한반도 긴장 정세를 이른 시일 내 완화하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평화의 정확한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대화만이 한반도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통해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점증하는 문제를 우려한다”면서 “모든 관련국은 최대한의 냉정과 인내를 유지하고 긴장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양국은 다른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재개를 위한 러-중의 노력에 반응해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해주길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양국 외무부도 이날 정상회담 뒤 그동안 중국이 제안해온 ‘쌍중단’·‘쌍궤병행’ 구상에 기초한 한반도 위기 해결책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놨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보리는 북한의 ICBM 발사 규탄과 대북 추가제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실행이라는 초강력 제재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려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4월 마러라고 정상회담에서처럼 극적인 합의에 도달해 중국이 제재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추가 제재에 동의한다면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볼 수 있는 원유 공급 문제에 손을 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중국이 오히려 이번 북한 도발을 계기로 대북제재 궤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시 주석은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조속한 사드배치 철회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조속한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동시에 북중관계 회복과 대북제재 이탈 등 다양한 외교·안보적 대응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더구나 최근 미국이 북한 정권의 돈세탁을 지원한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고 대만에 무기판매를 허용하는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어 중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불안정하게 하고 북중 국경에 혼란을 가져올까 봐 대북 제재 강화를 원치 않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중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ICBM 발사 주장을 비중있게 전하면서도 도발 행위에 대한 비난보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라는 시점과 북한측 주장, 사드 배치에 미칠 영향 등에 주목하고 있어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ICBM을 발사했다는 북한의 발표를 내용을 상세히 전하며 “ICBM 발사는 북한의 재래식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있어 큰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해 국가 안전과 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 측은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북한이 ICBM 발사를 선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에 일어났다”고 전했다. 홍콩 봉황TV는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의 EEZ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며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일본 역시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미국과 한국의 사드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