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천승현 기자
2013.12.19 14:58:21
제약 6개 단체 재도 폐지 촉구..혁신형기업 반납도 검토
복지부 "약가인하 효과 있어" 재시행 방침
제약업계 "산업 육성은 뒷전, 약가인하만 초점" 불만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오는 2월 시장형실거래가제의 재시행을 앞두고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제약협회 등 6개 제약단체는 시장형실거래가제를 폐지하라는 공동성명서를 낸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의 반납도 검토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당국의 연이은 약가인하정책에 제약산업을 오히려 더 퇴보할 수 있다”라며 “정부의 제약산업 지원정책을 거부할 수 있다”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저가구매인센티브’라고 불리는 시장형실거래가제는 지난 2010년 정부가 의약품 거래와 약가제도 투명화를 위해 내놓은 새로운 유형의 약가제도다.
이 제도는 도입 이전부터 제약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제약업계는 병원과 제약사라는 거래 관계의 특수성에 따라 ‘갑’의 지위에 있는 병원이 제약사에게 의약품을 저가로 팔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실제로 이 제도가 시행됐던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병원이 실시한 공개입찰에서 1원으로 낙찰된 품목은 2515개로 전년동기대비 47.5% 늘었다. 제도 시행 기간 동안 총 1966억원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지급됐다.
현재 의·약사 유관단체 중 대한병원협회만 이 제도를 재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기관의 약제비 저가구매를 통한 재정절감과 의료기관의 의료수익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복지부에 건의했다.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통해 일부 대형병원만 배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법성 논란도 있다.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이 제도는 제약사, 도매상이 판매촉진 목적으로 제공하는 약가마진 중 70%에 상응하는 이익을 요양기관이 가져가는 것인데, 이는 음성적 리베이트를 합법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초 복지부는 시장형실거래가 재시행을 앞두고 ‘보완 후 재시행’, ‘1~2년 유예’, ‘폐지’ 등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문형표 장관 취임 후 재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무엇보다 이 제도의 순기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맹호영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시장형실거래가제의 시행을 통해 거래내역 투명화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약가관리기전을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가 시행된 16개월 동안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는 미미했지만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면 재정 절감 효과는 커지고 환자들은 약을 싸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계산이다.
문형표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시장형실거래가제의 궁극적 목적은 제도를 더욱 노출시켜 인센티브를 지급한 뒤 그만큼의 약가인하로 약품비를 정상화시키는 것이지만 지금껏 그렇게 된 적이 없었다”면서 “협의체를 조속히 만들어 수정이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시장형실거래가제로 인한 개별 제약업체들의 손실은 치명적이지는 않다. 그럼에도 유독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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