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번 4번 선수 금·은 땄는데 사진 삭제…무슨 일?

by이준혁 기자
2023.10.05 13:12:00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 직후 포옹 장면
1989년 6·4 톈안먼 사건 연상돼 검열 추측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중국 관영매체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선수들의 사진을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금메달을 딴 중국의 린위웨이(왼쪽)와 은메달을 딴 자국 동료 우옌니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금메달을 딴 중국 린위웨이 선수와 은메달을 딴 자국 동료 우옌니 선수가 포옹하는 사진이다.

이때 선수들의 레인을 표시하는 스티커가 겹치면서 ‘6·4’가 연출됐다.

이 사진은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중앙TV(CCTV)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도 게재됐으나, 돌연 1시간 만에 삭제 조치됐다.

린위웨이 선수의 6번과 우옌니 선수의 4번이 만들어낸 ‘6·4’가 톈안먼 사태를 연상케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숫자 6과 4는 중국에서 검열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천안문 민주화 시위 사건을 떠올리게 해서다.



이로 인해 홍콩, 대만 등에서는 6월 4일 오후 6시 4분 촛불을 드는 식으로 ‘6·4’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를 떠올리게 하는 언급들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있다.

이번 일은 미국 CNN,영국 BBC, 홍콩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여러 주요 외신에도 소개됐다.

SCMP는 “해당 사진에 대한 분명한 검열은 홍콩의 인기 커뮤니티 LIHKG에서 조롱거리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서 여전히 금기시된다”며 “당국은 인터넷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언급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CNN 또한 “두 선수의 트랙 번호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우연히 연상시켜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던 우옌니는 이후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