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8.12.03 12:00:00
소록도에 살았던 강선봉 씨 시집…일본 작가가 번역
소록도의 삶과 아픔 등 닮아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국립소록도병원에 입원 중인 강선봉 씨(79세)가 집필한 시집 ‘곡산의 솔바람 소리’의 일본어 번역판이 출간했다.
‘소록도의 송뢰’라는 제목으로 출간하는 이 시집은 가와구치 사치코(川口祥子)가 번역했으며, 원작의 구성대로 제5부 67편의 시를 담았다.
시집의 작가인 강선봉 씨는 1939년 경남 진주에서 한센인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8세 때인 1946년 어머니와 함께 소록도 땅을 밟게 된다.
이후 1962년 소록도를 탈출할 때까지 어머니와 격리된 채 살았던 보육소 생활, 발병 이후 마을 생활보조원으로 일했던 경험, 소록도 내 한센인 자녀들이 다녔던 소학교부터 당시 최고 학부로 여겼던 의학강습소 시절 등 험난한 한센인으로 삶을 시집에 담았다.
이번 시집의 번역을 맡은 가와구치 사치코는 책을 번역하기 위해 그간 강선봉 씨가 써왔던 작품을 정독했으며 2017년 소록도를 방문해 소록도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건축물을 직접 보고 작가를 인터뷰했다.
그는 번역후기를 통해 “지금까지 한센인, 한센병에 대해 무관심한 자신이 부끄럽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며, 강선봉 씨의 시집을 일본어로 번역해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책을 번역했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소록도병원에 재입원한 강선봉 씨는 현재 시집 등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난 2016년 병원 개원 제100주년을 기념해 한센인들로 구성된 예술동호회인 ‘해록예술회’ 회장을 맡아 서예, 악기 연주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