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측해".. 도시개발 중단에 3년째 방치된 '김포 사우동'[르포]
by이종일 기자
2023.12.04 16:02:03
사우5A도시개발사업 2021년부터 중단
사업 대상지 85%만 철거, 착공도 못해
대상지 내 농협 옛 사우지점 쓰레기 가득
지주택 조합원 갈등에 경기침체 '악조건'
[김포=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경기 김포 사우5A도시개발사업이 부지 매매 문제로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지 조성을 위해 도시개발조합의 토지를 지역주택조합이 장기간 매입하지 못하자 빈 건물 주변이 황폐화되며 시민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 3일 김포농협 옛 사우지점 건물 주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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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10시께 김포농협 옛 사우지점 건물 앞. 건물 주변으로 비계(펜스 설치를 위한 구조물)가 둘러처져 있고 바닥 곳곳에 철제 펜스 수십개가 널부러져 있었다. 김포농협 소유의 옛 사우지점 건물·토지(2700여㎡)는 사우5A도시개발사업 대상에 포함돼 있다. 애초 통합사우스카이타운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이 2020년 해당 건물을 매입하려고 했으나 조합원 갈등과 자금 부족으로 매매계약이 파기된 뒤 3년째 방치됐다.
지하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건물 앞쪽 구석에는 유아용 차량시트와 스피커, 플라스틱 상자, 비닐봉지 등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인 김포농협 옛 사우지점 앞 인도를 지나는 시민들은 황폐해진 주변 모습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사우동에서 20년가량 수건 판매업을 하는 김모씨(50대 후반·여)는 “올 초까지 옛 사우지점 주변을 펜스로 막아 건물 주차장 등 내부가 보이지 않았는데 4월께 중·고등학생들이 펜스 안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우범화됐다는 민원이 있어 펜스를 뜯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펜스를 뜯어낸 뒤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였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며 “건물 주변을 지날 때마다 불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 3일 김포농협 옛 사우지점 건물 주변에 설치된 펜스들이 떨어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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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원도심 재정비를 위해 사우5A도시개발조합(이하 5A조합)이 철거하고 부지를 조성하려는 대상이었다. 사우동에서는 옛 사우지점 건물처럼 철거가 안된 건물과 일부 철거 부지에 쓰레기 등이 방치돼 주민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친구를 만나러 사우동에 자주 온다는 김모씨(20대·여)는 “뼈대가 드러난 비계와 쓰레기 때문에 동네 미관이 훼손됐다”며 “건물 주변이 흉측해 보여 무섭다”고 밝혔다.
사우5A도시개발사업은 사우동 일원 19만여㎡가 대상이고 이 중 12만여㎡가 지주택 사업 대상이다. 지주택은 해당 부지가 조성되면 매입해 27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축사업을 하려고 했으나 조합 내부 갈등으로 진척이 안됐다. 5A조합은 지난 2021년 전체 사업 부지의 85%를 철거했지만 지주택의 토지 매입이 어려워지자 농협 옛 사우지점 건물 등 나머지 건물의 철거를 중단했다. 토지 조성 사업은 착공도 못했다. 지주택 조합원 중 일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지주택과 소송을 벌였고 최근 조합장 해임건 등의 안건으로 총회 개최를 요구해 오는 17일 지주택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주택 조합원 A씨는 “중요 안건으로 총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아파트 건설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현재 건설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 3일 김포농협 옛 사우지점 건물 주변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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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농협은 2020년 11월 옛 사우지점 건물·토지를 지주택에 12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으나 2021년 8월까지 잔금이 들어오지 않자 계약을 파기했다. 당시 농협측은 도시개발사업 때문에 해당 건물을 팔 수밖에 없다며 사우지점을 인근 건물로 이전했다. 김포농협은 “옛 사우지점 건물·토지는 김포시 재정비촉진지구에 포함돼 있어 현재 공실로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사우5A조합측은 “지주택이 토지 소유권을 가져가는 데 문제가 생겨 도시개발사업이 중단됐다”며 “농협 옛 사우지점 등 펜스 설치 공간은 투입할 자금이 없어 관리를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개발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지를 조성하는 사우5A도시개발사업은 내년 말까지 준공하기로 실시계획이 고시됐으나 토지 매매 문제 등으로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