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조사 회피하는 사업장 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by박일경 기자
2019.06.11 12:00:00

지자체 보건책임 강화…환경보건법 개정안 입법예고
이유 없이 거부 시 처벌근거 신설…환경질환 범주 ↑
내·외부 인력 ‘건강영향조사반’ 운영…청원 자체 처리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지난 4월 17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LG화학·한화케미칼 등 대기업을 비롯한 사업장 235곳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했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전남 여수산업단지. (사진=그린피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앞으로 환경오염 배출 사업장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경유해인자와 건강영향에 관한 조사를 거부·방해·회피 등을 할 경우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기존엔 환경오염 조사를 회피하는 사업장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제재할 수 없었으나 법 개정을 통해 이런 행위들을 금지한다.

11일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의 환경보건 책임·역할 강화를 골자로 하는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오는 12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공장·소각장 주변 등 환경오염 취약지역에서 건강영향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지역 중심의 환경관리를 강화하고 신종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영향을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성질환의 범주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시·도 등 광역지자체는 자체적인 ‘지역환경보건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심의·지원할 ‘지역환경보건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게 했다. 종전에는 중앙정부의 ‘환경보건종합계획’ 내용을 지자체가 각자의 ‘환경보전계획’에 반영했으나 개정안은 광역지자체가 지역의 환경보건계획을 세우고 기초지자체가 이를 반영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자체가 관할지역 환경오염으로 건강영향이 우려돼 청원을 받은 조사나 역학조사 등의 결과에 따라 환경유해인자의 적정한 관리를 위한 대책을 수립·이행하도록 해 주민 청원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했다. 또 대책의 수립이나 이행에 필요한 경우 국가나 다른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신설했다.



지난달 17일과 18일 이틀간 한화토탈 스틸렌모노머(SM) 공장의 혼합잔사유 저장탱크(FB-326) 상부에서 유증기가 두 차례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환경유해인자와 건강영향에 대한 조사를 내실화하기 위해 고의적인 조사 방해 등의 행위를 금지해 실행력을 확보하고 내·외부 인력을 활용한 ‘건강영향조사반’을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법의 기본이념을 반영해 환경성질환의 범주를 확대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염려되는 건강영향에 대한 조사 청원을 지자체와 환경부가 나눠 처리하는 등의 내용도 담았다. 현행법상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환경유해인자와 상관성’이 인정되는 질환으로 한정된 ‘환경성질환’의 정의에 ‘환경유해인자와 수용체의 피해 사이에 과학적 상관성이 증명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수용체에 미칠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와 시책을 마련’해야 하는 법의 기본이념을 반영했다.

과거 특정지역에 관련된 청원도 환경부에서 처리했으나 앞으로는 1개 시·도 내에 국한한 조사 청원은 지자체에서 처리하게 할 계획이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이번 법 개정은 지역 사업장의 인허가권자인 지자체가 환경보건 쟁점에 대응하도록 역할을 강화하고 신종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환경성질환과 건강영향을 예방·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환경오염으로부터 지역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환경보건법’ 개정안의 상세내용을 환경부 누리집에 오는 12일 공개하고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국민 등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