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밀접촉설` 폭로..南北 파국 맞나

by문영재 기자
2011.06.01 17:27:27

韓정부와 신뢰 깨져..관계단절 천명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북한이 1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설` 내용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밀접촉에 나섰던 인사들을 일일이 거명하고 `돈 봉투`까지 건넸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양국 정부간의 물밑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북간 여러 차례 비밀접촉이 있어왔지만 양측은 그 동안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게 일종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진의파악에 분주하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내 남북대화는 이미 물건너 갔고 이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남북간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한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5월9일 통일부 김천식 정책실장, 국가정보원 홍창화 국장,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등이 참석한 비밀접촉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측이 비밀접촉에서 6월 하순과 오는 8월, 내년 3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를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 열자고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북한이 남북간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한 것은 더 이상 접촉이나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남한과의 관계 단절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30일 북한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대변인 성명에서 "남한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과거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며 남북간 신뢰가 깨졌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는 더 이상의 대화나 접촉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했다.


 
이번 파문으로 현 정부 대북정책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이중전략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정상회담의 빠른 개최를 위해 `돈 봉투`까지 건넸다는 대목에선 도덕성에 깊은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던 과거 정부에 `돈 주고 바꾼 정상회담`이었다며 날선 비판을 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1일 기자회견에서 연내 남북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대해 "정상회담에 대한 정치적 계산은 없다"며 "잘못된 남북관계를 제자리에 갖다 놓은 다음에 얘기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사과 등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