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풀린 ‘코로나19 방역 빗장’… 외래관광 시장 살아날까

by이선우 기자
2022.09.30 15:01:32

내달 1일부터 입국 후 PCR검사 폐지
여행업계 ‘기대반 우려반’ 엇갈린 반응
“한국 찾는 외래 관광객 늘어날 것”
“전자여행신고제로 회복 쉽지 않아”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선우·강경록 기자] 입국 후 PCR(유전자증폭) 검사 폐지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침체에 빠진 관광·여행업계의 회복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외 여행객의 자유로운 입·출국을 가로막던 걸림돌이 사실상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유재 한국여행업협회 부회장은 “입국 전후 PCR 검사가 모두 폐지되면서 3년간 여행업계를 옥죄던 코로나19 방역 빗장이 완전히 풀렸다”고 평가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그동안 해외 입국자에 대해 의무적으로 시행하던 입국 후 24시간 이내 PCR 검사를 다음 달 1일 0시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8월 1.3%에서 이번 달 0.9%로 낮아진 해외 유입 확진률과 최근 우세종인 BA.5 변이의 낮은 치명률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국 후 PCR 검사 폐지는 해외 유입률 등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는 최근 방역상황 외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해외여행 수요까지 폭증할 경우 여행수지 적자는 지금보다 더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7월 여행수지는 8억601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가장 큰 적자 폭이다. 1월 5억6200만 달러였던 여행수지 적자가 반년 만에 53% 급증하면서 7월까지 누적 적자(42억5750억 달러)는 1년 전에 비해 22% 늘었다.

여행수지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각국의 잇단 코로나19 입국 규제 완화로 해외여행은 급증한 반면 한국을 찾는 방한 여행은 증가폭이 크지 않아서다. 이달 초 정부가 입국 전 PCR 검사만 폐지를 결정했을 때에도 업계와 전문가들은 해외여행만 늘리는 ‘반쪽’ 조치가 결국 여행수지 적자만 키우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관광공사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7월 출국한 해외여행객은 67만4022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61%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방한 외래관광객은 26만3986명으로 218% 증가에 그쳤다. 2019년 1750만 명이 넘던 외래관강객은 지난해 96만7003명으로 94.5% 급감했다.

다음 달 11일부터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도 입국 후 PCR 검사 폐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3일 일본 정부가 무비자 단기체류 허용 등 입국 규제 완화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선 일본여행 수요가 폭증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동남아 지역에서도 일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선 자칫 엔데믹 여행시장을 일본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여행업계에선 입국 후 PCR 검사 폐지로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사비용 부담이 줄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대 반나절을 허비해야 했던 대기시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우 하나투어 ITC 대표는 “검사비나 대기시간 외에도 검사 과정에서 여행사가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인력 부담도 컸다”며 “바뀐 입국 조건에 따라 상품을 빠르게 재정비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시장 회복을 기대하기엔 시기 상조라는 반응도 나온다. PCR검사 외에도 한국 여행을 막는 걸림돌이 아직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방한 외래관광 수요를 회복하려면 전자여행신고제(ETA)의 시스템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여행신고제는 코로나19 이전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던 국가를 대상으로 2021년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한국행 항공편과 선박을 타기 전에 반드시 전자여행신고를 통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호텔 이름과 주소를 잘못 입력했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떨어진 관광객들이 아예 베트남,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며 “ETA가 까다롭고 번거롭다는 소문이 돌면서 현지 여행사들 조차 한국 여행상품 판매를 꺼려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