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202조 역대급 예산 풀린다…나랏빚 1000조 육박

by최훈길 기자
2020.12.17 14:00:00

[2021년 경제정책방향]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상반기 사업비 63% 풀어 역대최대 재정 투입
코로나 지원 불가피하지만 역대 최장기 적자
브레이크 없어, 5년 뒤에 ‘맹탕’ 재정준칙 시행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로 예산이 풀린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빠르게 회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예산낭비가 없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재정준칙은 차기정부 때나 시행될 예정이다. 급증하는 나랏빚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으로부터 이같은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보고 받았다. 홍 부총리는 “재정정책은 확실한 코로나19 위기 돌파를 위해 확장적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 전체 예산의 72.4%를 배정했고 이 중 사업비 집행목표를 63%로 설정했다. 내년도 전체 예산(558조원) 중 인건비·경비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사업비(320조원)의 63%(202조원)를 상반기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조기집행률이자 최대 수준의 조기집행 사업비다.

정부는 경기 파급 효과가 큰 일자리 및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이같은 조기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특히 내년 SOC 예산은 올해보다 14.2% 늘어난 26조5000억원에 달한다. SOC 예산은 2016~2018년 3년 연속 감소했다가 2019년에 반등한 뒤 2019~2021년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렇게 지출이 느는데 수입은 오히려 줄었다. 내년 총지출은 558조원으로 불어났는데 총수입은 483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 결과 통합재정수지(총지출-총수입)는 75조원(GDP 대비 -3.7%) 적자가 불가피하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956조원(GDP 대비 47.3%)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대로 가면 통합재정수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으로 적자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7~1999년 당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보다 길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불어난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5년 새 410조1000억원 증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재정을 구축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10월 공개된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고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한국형 재정준칙 법안을 추진하고 내년 8월 발표하는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도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얼마나 재정적자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재정준칙은 차기정부 때인 2025년에야 시행되고, 재난 상황에는 적용하지 않는 등 예외조항도 뒀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일단 재정을 대대적으로 풀자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이를 선별해 적재적소에 쓰는 게 쉽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국가채무 우려를 고려해 재정을 어떻게 잘 쓸지 고심해야 한다”며 “재정을 많이 집행했는데 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전체 예산(558조원) 중 인건비·경비 등을 제외한 관리대상사업비(320조원)의 63%(202조원)를 내년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조기집행률이자 최대 수준의 조기집행 사업비 규모다. 단위=%. [자료=기획재정부]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집권 마지막 해인 2022년에 1070조3000억원으로 5년새 410조10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2020년은 4차 추경 기준, 2021~2024년은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기준, 괄호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단위=조원, %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