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계약서 보급 등 상생 노력한 대리점 본사, 공정위 직권조사 면제

by조해영 기자
2019.07.09 12:00:00

공정위, 대리점 공정거래협약 절차·지원 기준 제정
표준계약서 도입·정산기준·상생협력 노력 평가
우수한 평가 받으면 직권조사 면제·위원장 표창

지난 5월 22일 서울 역삼동 다판다 본사 앞에서 다판다 대리점 연합회 관계자들이 본사의 일방적 가맹점 취소 통보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앞으로 본사가 대리점과 공정거래 협약을 맺고 이를 잘 지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를 면제받게 된다. 수많은 ‘대리점 갑질’에 일일이 칼을 대기보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자율적으로 시장을 정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급업자가 대리점과 ‘대리점분야 공정거래협약’을 맺도록 권장하고 협약 이행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경우 직권조사 면제와 위원장 표창 수여 등 인센티브를 주도록 관련 기준을 만들어 지난 1일부터 시행했다고 9일 밝혔다.

공정위는 공정거래협약을 통해 대리점 분야에서 발생하는 각종 ‘갑질’ 문제를 수면 아래로 끌어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미 하도급(2007년)·유통(2009년)·가맹(2013년) 등의 분야에서 공정거래협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번 지원의 핵심은 대리점분야 표준계약서의 보급이다. 공정위는 협약이행 평가를 △계약의 공정성 △법 준수 및 법 위반 예방노력 △상생협력지원 △법 위반 등에 따른 감점 △만족도 항목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계약의 공정성 항목에서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 점수를 가장 높은 20점으로 배정해 계약서 보급을 장려하기로 했다. 그간 제대로된 계약서가 없어 ‘갑질 문제’가 심각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공정위는 상반기 식음료·의류·통신업종에 대해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했다. 공정위는 하반기 중 제약·자동차 판매·자동차 부품 등의 업종도 실태조사를 거쳐 표준계약서 보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판매수수료 정산기준과 계약해지 기준 등을 마련해 이를 지키도록 했다. 한용호 공정위 대리점거래과장은 “실태조사 등에서 수수료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고 수익 관련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 정보 비대칭을 완화해 협상과정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시정과 상생협력 지원 노력도 평가한다. 공정위는 주요 불공정행위를 자체 예방·시정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분쟁이 생겼을 때 내부 조정절차를 마련하는 경우를 협약 평가 기준에 포함했다. 또 대리점의 매출확대를 지원하는 경우 높은 평가를 받도록 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협약이행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공정위는 이행실적을 평가해 최우수·우수·양호 등 평가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라 혜택을 줄 예정이다. 95점 이상(최우수)이면 직권조사 2년 면제와 법인·개인 대상 표창 수여, 90점 이상(우수)이면 직권조사 1년 면제와 법인 대상 표창 수여, 85점 이상(양호)이면 법인 대상 표창 수여 등이다.

한 과장은 “대리점과 거래하는 많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며 “실질적인 협약체결을 통해 상생문화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 분야 공정거래협약 평가항목. 공정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