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민정수석 온 운영위…장내선 고성·장외선 피켓시위

by김미영 기자
2018.12.31 16:17:32

31일 임종석, 조국 출석한 운영위 안팎 이모저모
애국당 대변인, 돌발 피켓시위…여유롭게 넘긴 임종석·조국
여야, 한시간여 임·조에 말할 기회도 안줘…이석도 않고 고성 속 승강이

31일 국회 운영위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청와대 민정수석이 12년만에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31일. 국회가 술렁였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은 국회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취재진들에 에워싸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운영위 회의장은 여야 의원실 보좌진과 취재진들, 청와대 관계자들로 빼곡하게 찼다. 그러나 정작 회의 시작 후엔 여야가 한 시간 동안 지루한 정치공방만 벌이면서 임 실장과 조 수석은 입을 열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회의는 여야 신경전에 위태롭게 이어졌다.

오전 9시30분께 차례로 국회 본청에 들어선 임 실장과 조 수석을 맞은 건 수십여 명의 취재진만이 아니었다. 인지연 대한애국당 대변인은 본청 로텐더홀 한켠에서 이들을 향해 “민간인 사찰 주범인 임종석, 조국은 사퇴하라”고 외치며 돌발 피켓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국회 관계자들에 의해 중단됐고, 임 실장과 조 수석은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을 전면 부인하며 여유롭게 회의장으로 향했다.



두 인사의 운영위 출석을 별러왔던 자유한국당이지만, 정작 회의가 시작된 후엔 말문을 뗄 기회조차 쉽게 주지 않았다. 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비서관 4명의 불출석을 문제삼으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고 맞서는 한편, 한국당 운영위원 사보임 건으로 맞불 공세를 폈다. 특히 박근혜정부 시절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을 아랫사람으로 뒀던 곽상도 의원의 제척을 요구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겨우 임 실장과 조 수석의 현안보고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한국당 의원들은 내용상 문제가 있다면서 “이게 무슨 보고냐, 비서실장이 청와대 대변인인가”라며 보고를 제지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며 여야간 고성이 오갔고, 현안보고를 막 시작했던 조 수석은 입을 닫고 단상에 선 채로 묵묵히 이 모습을 바라봤다. 여야 승강이 후에야 보고를 마친 조 수석이 자리로 돌아와 다시 펼친 답변 참고자료도 눈길을 끌었다. 펼쳐진 스프링노트엔 주황·노랑·핑크빛 등 색색이 형광펜 줄이 그어져 있었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으로 읽혔다.

이날 운영위 회의는 상임위 회의의 해묵은 관행인 의원들의 ‘이석’(자리를 비움)도 거의 눈에 띄지 않은 채 팽팽한 분위기에서 흘러갔다. 한국당에선 의원의 질의 뒤에 임 실장, 조 수석에 답변 기회를 부여한 홍영표 위원장을 향해 잇달아 “편파, 불공정 진행”이라 성토하고 강력 항의했다. 하지만 홍 위원장도 “내가 꼭두각시인가, 허수아비인가” “10분씩 질의했으면 답변을 들어야 할 게 아닌가”라고 지지 않고 목청을 높이면서 회의장에 소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