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가판매제 적법"..공정위 "지켜볼 것"

by김현아 기자
2011.05.12 16:24:45

현대차 "자동차 소유 본사에, 반품이나 재고 부담도 본사"
공정위 "법위반 여부 지켜볼 것"..조사권 발동 가능성도
미국과의 가격차는 과장된 것..가격남용 아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차(005380)를 미국 사람들보다 더 비싸게 사는 걸까?

지난 11일 박선숙 의원(민주)이 현대차의 정가판매제 시행을 계기로 미국에서의 현대차 값이 20% 정도 싸다는 자료를 내면서 파란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현지 딜러 89곳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조사했더니 ▲미국에선 국내와 달리 정가판매를 하지 않고 대리점에서 자체 할인해주며 ▲공정위는 정가판매에 대해 조사없이 적법(위탁판매)하다고 판단하는 등 제대로된 역할을 못한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에게 별 도움 안 되는 정가판매가 관련 법 검토없이 허용돼 미국소비자에 비해 국내 소비자가 역차별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 말 대로라면, 현대차는 가격남용 행위와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미국과의 가격차는 과장된 것이며, 정가판매제 역시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격남용 행위 여부는 지난 2009년 무혐의로 판정났으며, 정가판매제의 경우 신중하게 지켜보겠다고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한국에서 정가판매를 한다 해서 할인을 안 해 주는 게 아니다"라면서 "정가판매는 매월 초 판매조건에 따라 전 지점과 대리점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파는 것이며,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경우 200만원 할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의원이 비교한) 미국에서의 20% 할인 차량은 구형 아반떼(엘란트라 2.0블루, 엘란트라 투어링 2.0 SE)였고, 한국에서도 작년에 15%이상씩 할인해 준 제품"이라면서 "환율에 따라 일부 착시현상은 있을 수 있지만 (한국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900원이던 시절에는 미국에서 사는 게 훨씬 유리했지만, 현재(11일 현재 1082.4원)는 비슷하다는 말이다.

공정위는 현대차가 우리나라에서 파는 차량 가격이 외국보다 비싸다는 의혹에 대해 2009년 11월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공정위 제조업감시과 김준하 과장은 "공정거래법에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음에도 원가에 비해 현저하게 가격을 올릴 경우 가격남용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2년 이상 수만개 부품사 자료까지 보면서 원가자료를 살펴 조사했지만 무혐의로 결정났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정가판매제 역시 위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은 딜러가 차를 사서 전시하는 순간 대금이 지급되고 차를 사서 어떻게 팔든 딜러 맘대로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리점이 차를 팔아도 소유권은 현대차에 있는 위탁판매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품이나 재고 정리 역시 본사 차원에서 이뤄져 A 대리점에 재고가 있으면 전산을 통해 어느 대리점에서도 살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에 물건을 넘기면서 재고 부담까지 주고 소매가격까지 간섭해 공정위로 부터 6억여원의 과징금을 받은 오뚜기(007310) 때(재판매)와 다르다는 것. 공정위 업무지침에 따르면 위탁판매의 경우 법상 금지하는 재판매가격결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공정위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준하 과장은 "통신, 정유, 자동차 등 독과점 업체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당장 정가판매제가 적법(위탁판매)하냐, 위법(재판매)하냐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사권 발동에 대해서는 "아직 현대차 정가판매제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있다며 조사를 요청한 곳은 없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다만 김 과장은 "위탁판매냐 재판매냐를 가를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재고·반품 등 위험부담의 주체가 누군가이지만, 현대차가 대리점에 상품을 팔 때 회계처리가 어떻게 되는 지 등 대리점의 수입구조를 분석해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정확한 사실을 알려면 현대차의 주장 뿐 아니라, 현대차가 대리점에 상품을 넘길 때 회계상으로 현대차의 외상매출로 잡히는 지, 대리점의 수입은 판매수수료만 잡히는 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선숙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가 자꾸 가정법을 써서 해명하는 것은 조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면서 "공정위가 기본적인 조사 없이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쉽게 판단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