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새롭고 유연한 방식`이란 뭘까

by이진우 기자
2010.12.17 19:17:58

수의계약 블럭세일 등 '유효경쟁' 강박관념 완화한 방식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우리금융지주(053000) 매각 입찰을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은 민영화의 틀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해서는 남은 인수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절차를 진행해봐야 우리금융 매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어찌 보면 지난 13일 우리금융 내부의 두 컨소시엄이 예비입찰 불참을 선언하면서 매각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내용과 일맥상통한 결정이기도 하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내부 컨소시엄은 유효경쟁 구도가 갖춰진 상태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야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공자위의 원칙과 틀을 유지할 경우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될 수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민영화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었다.

결과적으로 17일 공자위가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새롭게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금융 컨소시엄이 제기했던 현실적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렇다면 공자위가 조속히 내놓겠다고 밝힌 우리금융 민영화의 `새롭고 유연한 틀`이란 어떤 것일까. 민상기 공자위원장은 이날 어떤 식으로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어느 한 두 개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그쪽으로 해석이 쏠릴 수 있다"면서 언급을 회피했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 역시 "매각의 트랙을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해보겠다는 의미"라며 "이런 방식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에 더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언급을 종합해보면 공자위가 내놓을 새로운 민영화의 틀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유연하게 해석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상기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솔직히 고백하면 민영화 3대 원칙 가운데 지난 7월에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방점이 더 강하게 찍혀 있었다"면서 "적어도 당시의 이런 밸런스가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3대 원칙 가운데 조기 민영화 보다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좀 더 무게가 실려있다 보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가 충돌할 경우 매각이 진행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나올 새로운 매각 방식은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좀 더 유연하게 해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조기 민영화를 이루는 방안이 수의계약이나 블럭세일 같은 방식 뿐이라면 유효경쟁이라는 조건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민상기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수의계약은 공자위에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이같은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블럭세일 방식 역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는 제일 좋은 방안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당연히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공자위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좌초된 이유가 시장에 이를 인수할 자금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지분을 매각하는 데 따르는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민상기 공자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95% 이상의 지분을 인수해야 하는 규정이나 비금융주력자는 9%까지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법적 제한으로 인해 외국계 PEF나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우리금융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사정 등을 언급하며 "법을 만들 때 금융지주사를 팔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한 것 같다"고 금융지주사 매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런 법적 규제를 단시간에 개선하기는 어려운 만큼 공자위 내부의 매각 원칙이라도 유연하게 해야 우리금융 지분 매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도달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공자위는 그러나 1~2년후로 우리금융 민영화 시점을 뒤로 미뤄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꾀하는 대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시기를 못막을 수는 없지만 수개월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조속하게 재추진 일정과 방식을 발표하겠다는 게 공자위의 입장이다. 민 위원장은 "현재 정부의 관리하에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형태가 상업은행으로서 효율성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공자위의 `새롭고 유연한 방식`이 공개되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민 위원장이 민영화 절차를 중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제약이 많은 틀을 갖고 계속 가면 적어도 3~5개월은 그냥 지나갈 것 같았다"고 언급한 것은 적어도 1~2개월 내에 새로운 틀을 내놓고 민영화 일정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대목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