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도 못 구해요” 세계 각국, 구인난에 몸살

by김무연 기자
2021.11.17 14:52:51

코로나 감염 공포에 취업 안해…물류 대란 심화
美, 경제활동 참여율 코로나19 이전보다 감소
기업 및 자영업자, 임금 올리며 채용에 안간힘
임금 부담에 상품 가격도 상승…인플레 악순환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김정남 뉴욕특파원] 세계 각국이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면서 구인난이라는 새 과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가 지속됨에 따라 사람들이 대외활동을 꺼리면서 기업은 인력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

구인광고를 내건 스타벅스 매장(사진=AFP)
이에 기업들은 높은 임금, 재택근무 허용 등을 미끼로 내걸고 있다. 다만, 기업 처우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자리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면서 구인난은 지속적으로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이번 성탄절 연휴에 공급망 문제로 크리스마스 트리 수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크리스마스 트리 협회의 제이미 워너는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공급망 혼란이 크리스마스 트리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짚었다.

최근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유례없는 공급망 병목현상은 구인난에서 비롯됐다. 위드 코로나 효과로 상품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항만 하역 노동자 및 이를 실어나르는 트럭 운저사 등을 구하기가 어려워서다. 실제로 미국은 물류난 해소를 위해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 항구 등을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심각한 구인난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미 노동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5~54세 연령대의 경제활동 참여율(구직활동 중이거나 이미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지난해 2월 82.9%에서 지난달 81.7%로 떨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대적인 퇴사 행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반화하면서 이직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자발적인 퇴사(해고 제외)는 443만4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임금을 인상하며 고용 유지와 신규 채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치폴레 등 주요 식음료 업계는 기본급을 10% 이상 올렸다. 아마존은 신규 입사자에게 추가 보너스까지 약속했다. 심지어 일부 사업장에서는 백신 접종 기피자를 채용하기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없다’ 요건을 구인공고에서 추가하기도 했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선술집을 낸 일본의 한 상인은 닛케이에 “당초 직원을 모집할 때 시급을 1041엔(약 1만700원)으로 책정했지만 다른 식당이 1050엔으로 모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결국 1100엔으로 올려서 직원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임금 부담이 커지자 일부 기업과 자영업자는 상품 가격을 인상에 나섰다. 미국 뉴저지주의 한 햄버거 가게 대표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당초 6.99달러(약 8300원)에 팔았던 치즈버거를 8.99달러로 올렸다. 프록터앤드갬블(P&G), 펩시코 등도 잇따라 상품가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