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檢 직접수사로 부정부패 척결해야" 수사·기소 분리 반대

by이승현 기자
2017.07.24 13:58:31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공수처'도 사실상 부정적 입장 표현
'대통령 공약과 엇박자' 지적에 "검찰 의견도 개진"
"중립성 해치지 않으면 국회출석도 가능"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문무일(56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보자는 검찰이 직접수사로 부정부패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강력한 의지를 보인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도 사실상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갈등의 소지를 남겼다.

문 후보자는 2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이 송치한 기록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기록이 미흡하거나 의견이 잘못되면 검찰에서 보완하거나 이차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판사가 재판하지 않고 판결을 선고할 수 없듯 검사가 수사하지 않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검사의 직접 수사권 보유를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권, 검찰이 기소권을 분리해 갖되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을 갖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자는 다만 “우리나라의 특별수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다하게 많은 건 사실”이라며 “취임하면 특별수사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이루고 수사 과정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면답변과 마찬가지로 공수처 신설에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공수처에 관해 찬반 의견이 있고 찬성 의견 중에서도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 어느 한 입장을 서둘러 말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장관은 지난 13일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 설치 등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검찰상을 확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의견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문 후보자는 ‘법무부가 공수처 설립을 추진하면 막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체적으로 내부개혁 방안을 준비하는 게 있다”며 “공수처 논의 진행과 별개로 우리가 바뀌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에서 대통령과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논의되고 있기에 우리(검찰)가 의견을 개진할 부분은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검찰만 독점하는 영장청구권을 경찰도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역시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국민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투명한 검찰·바른 검찰·열린 검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요구하면 중립성과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출석할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검찰총장이 특정사건 수사 등에 대한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을 이유로 국회에 나오지 않은 관행에 변화를 주겠다는 발언이다.

문 후보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 수사와 청와대 캐비닛 문건 수사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이날 오전 청문회에선 검찰개혁 방안을 둘러싼 정책적 질의만 오갔다. 후보자 개인이나 가족 등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