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美 재무장관에 "환율 등 경제현안 소통하자"(종합)

by최훈길 기자
2017.03.02 11:06:26

므누친 취임 후 16분간 첫 통화
"경제·금융협력 지속" 포괄적 공감대
환율조작국 '불씨' 남아..17~18일 회담 촉각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9시에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한미 양국간 경제.금융협력 강화방안’과 관련해 유선 통화를 했다.(사진=기재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신임 재무장관에게 환율정책 등 경제현안에 대해 소통·협력하자는 취지를 전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기준)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하면서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 송인창 국제경제관리관은 “‘환율 정책을 포함해 양국 경제현안에 대해 소통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환율조작, 환율조작국 얘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무느친 재무장관은 환율 조작 여부 등 특정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양국 간 경제·금융협력을 지속하자는 포괄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함께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돼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의 3개 중 2개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4월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유 부총리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이 안 되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양측이 이날 16분간 통화했다. 이는 미·일 재무장관이 통화한 시간(약 5분)보다 길었다. 유 부총리가 환율, 경제·금융협력 방안, 대북(對北) 금융제재,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등을 전반적으로 거론했고 므누친 재무장관은 주로 듣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양측 통화는 므누친 재무장관이 지난달 13일 (미국 동부 현지시간 기준) 미국 상원의회 인준을 거쳐 77대 재무장관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졌다.



이날 한·미 재무장관은 양국 간 긴밀한 경제·금융협력 관계를 지속하기로 하고 대북(對北) 금융제재 관련 양국 공조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양측은 최근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및 한국과 미국의 독자제재를 보다 철저히 이행하는 등 대북(對北) 금융제재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유 부총리는 “양국 재무당국이 지속해 온 긴밀한 협의 및 정책 공조를 앞으로 한층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 유 부총리는 오는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만나 양국 간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므누친 장관은 “양자(bilateral)는 물론 역내(regional), 글로벌(global) 등 다양한 기제를 통한 양국 경제·금융 등 여러 분야의 협력에 있어 한국 정부와 한층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또 “3월에 바덴바덴에서 부총리와 더 자세한 얘기 했으면 좋겠다”며 “한미 간 경제·금융 이슈뿐 아니라 다른 전략적 이슈에 대해 협력되고 있어 고맙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측이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탄핵 이후 경제위기 관련한 내용은 서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