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올리자" OPEC 찾은 베네수엘라…사우디·카타르는 `냉담`

by송이라 기자
2015.01.12 15:01:25

이란과 공동대처 다짐..사우디·카타르는 ''글쎄''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을 잇달아 방문해 유가 상승을 설득하고 나섰다. 석유 수출이 전체 수출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베네수엘라는 최근 몇 달 새 유가 하락 탓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국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최근 유가 하락으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위기 상태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마두로 대통령이 주말 동안 OPEC 회원국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를 방문해 유가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회원국들은 그의 설득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란은 최근 저유가가 반미 진영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적 의도라고 보고 베네수엘라와 같이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뜨뜨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마두로 대통령의 뜻을 전적으로 지지해 베네수엘라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OPEC 회원국의 협력만이 유가를 끌어내리려는 일부 강대국의 정치적 음모를 제거할 수 있다”며 “올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유가를 위해 회원국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록 양국 협력이 얼마만큼 효과를 볼 지는 모르지만 유가 하락이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국가 재정을 악화시킨다는데 대해서는 같은 의견을 보였다.



더욱이 이란은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 과잉 상태에서도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유가 하락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란에 이어 11일 리야디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왕세자와 알리 알 나이미 석유장관을 만났다. 마두로 대통령이 양국간 중요한 아이디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낙관적”이라고 말했지만,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인사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일부 회원국들은 베네수엘라가 주장하는 감산과 그에 따른 유가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카타르도 방문할 계획이지만 카타르 반응도 사우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100달러 이상이 돼야 손익분기점이 넘는 베네수엘라와는 달리 카타르는 배럴당 59달러까지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크레딧 스위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유가 수준은 지난 금요일 배럴당 42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뿐 아니라 디폴트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