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16.10.05 12:00:59
警, 9월 1289건 적발·1702명 검거
가해자 절반 이상, 40~50대 남성
"피해자와 주변인 신고와 제보 중요"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모(51)씨는 지난 8월 11일 오후 6시 20분쯤 한 보험사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에게 1시간 40분 동안 항의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보험금 청구서류를 보냈는데 당일 지급되지 않고 하루 늦어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보험금 지급이 늦어졌으니 5만원 상당의 ‘기프티콘’을 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2011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5년여간 총 154회에 걸쳐 상담원 13명에게 이런 식으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박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지적장애 3급인 김모(45)씨는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서울 은평구의 한 중식당에서 주방보조로 하루 16시간 이상 일을 했다. 주인인 차모(48)씨는 그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고 월 평균 100만원의 급여만 지불했다. 이마저도 김씨의 양어머니인 김모(59)씨가 빼돌려 개인생활비로 써버렸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주인 차씨를, 횡령 혐의로 양어머니 김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취임 후 첫번째 중점과제로 ‘갑질횡포 근절’을 제시하면서 경찰은 총 2069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지난 9월부터 100일간의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 수사국은 지난 9월 한달간 갑질행위 불법행위 총 1289건을 적발, 1702명을 검거하고 69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갑질 가해자의 절반 이상은 40~50대 남성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유형별로는 이른바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인)가 769건(5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블랙컨슈머는 9월 한달간 829명 붙잡혔다. 이들은 소비자의 지위를 악용해 사업주 및 종업원에게 폭행과 상해(64%), 업무방해(24.9%), 재물손괴(6.6%), 갈취·협박(3%) 등을 저질렀다.
이어 △직장·단체 내 금품착취와 폭행 등 불법행위 150건(28.8%) △직장·학교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86건(16.5%) △사내 근로자 임금 착취·원청업체 기술탈취 등 불공정 거래행위 30건(5.8%) △거래관계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하청업체 리베이트 등 19건(3.7%) 등이다. 또 사이비 기자 갈취 17건(3.3%)과 권력형·토착형 공직비리 16건(3.1%)도 있다.
갑질횡포 가해자로는 중년 남성이 가장 많았다.
가해자 중 남성은 89.6%로 여성(10.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29.8%), 40대(27.2%), 30대(18.3%), 60대(12.1%), 20대(8.8%) 순서다. 직업별로는 무직자가 2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자영업자(19.7%), 회사원(17.5%), 일용직 근로자(6.6%), 교원(2.9%), 공무원(2.1%) 등이다.
피해자의 경우 여성이 32.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50대(26.2%)와 40대(22.6%)가 많았고 10~20대(22.2%)와 30대(16.1%)가 뒤를 이었다. 10대와 20대 피해자 150명 중 87명이 성범죄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직업을 보면 자영업자(25%)가 가장 많았다. 이어 회사원(19.8%), 종업원(11.5%), 학생(8.2%), 일용직 노동자(5.2%) 등의 순서다.
박진우 경찰청 수사국장은 “갑질횡포가 음성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상 경찰 단속과 함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피해자와 피해자 주변인들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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