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34차례 '반쪽박수'.. 靑경호실-야당의원 몸싸움(종합)

by박수익 기자
2013.11.18 16:13:09

[이데일리 박수익 정다슬 기자]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이 있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본회의장. 오전 10시 강창희 국회의장의 본회의 개회선언 직후 남색재킷에 바지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이 입장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맞이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도 대부분 자리에 일어났지만 박수는 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여·야의원들의 반응은 더욱 극명하게 엇갈렸다.

박 대통령이 연설 초반부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노력을 밑거름 삼아 지금 우리가 다시 출발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할 때입니다”라고 밝히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로 호응했다. 이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연설이 끝날때까지 총 34차례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연설 막바지 정치분야 현안에 대해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해달라’고 언급한 대목부터는 6차례 연속 박수 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연설시간이 30여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분에 한번 꼴로 박수를 친 셈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8년 시정연설때 9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소속 의원 대부분은 연설내내 자리는 지켰지만 일체 박수를 치지 않았다.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 역시 소속 의원들처럼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모니터와 박 대통령을 번갈아 바라보며 조용히 경청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연설 도중 6차례 정도 자발적으로 박수를 치기도 했지만, 34차례나 박수를 친 새누리당 의원들과는 분명한 대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며 맨 앞줄에 앉아있던 김윤덕 민주당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지만, 김 의원은 멋쩍은 듯 자리에 앉아 악수를 하기도 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다른 민주당 의원에게 악수를 건네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장 중앙통로 걸어나갔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온 직후 본회의장을 완전히 빠져나갈때까지 약 2분간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로 마중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은 자리에 앉아있거나 퇴장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 본청입구 좌측에는 정당해산심판에 항의하며 삭발 단식농성 중인 통합진보당의 김선동, 이상규, 김미희, 김재연, 오병윤 의원이 의원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 ‘정당해산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높이 들어올린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후 통진당 의원들은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 본회의장에 입장, 연설도중 피켓을 들고, ‘민주’라고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아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빠져나간 직후, 야당의원과 청와대 경호요원간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사태도 발생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국회본청 정문 앞에 주차돼 있던 대통령 경호실 버스차량 3대를 빼달라고 요구하면서, 경호요원과 강 의원간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강 의원이 “연설이 끝났으면 차량을 빼야지 왜 그대로 두냐”고 항의하면서 주차된 차량 중 한 대의 문을 발로 툭 치자, 건장한 체구의 경호요원 한 명이 바로 차량에 내려 “왜 차를 발로 차냐”며, 강 의원의 뒷덜미와 팔 등을 잡아챘다.

이 장면을 본 노영민 의원 등 주변에 있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국회의원이다. 손을 놔라”며 해당직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경호실 측에서도 다른 인력들이 몸싸움을 말리기 위해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여러명이 뒤엉키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약 2~3분가량 양측이 뒤엉켜 밀고당기는 과정에서 경호요원도 입술을 부딪쳐 피를 흘리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이후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강 의원과 몸싸움을 벌인 경호요원은 “청와대 경호실 소속이 아니라 22경찰경호대(청와대 파견) 운전담당 순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