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美 사고]기체결함 발견안돼‥조종 미숙 가능성에 무게

by김동욱 기자
2013.07.08 17:04:35

기체결함 발견못해‥국토부 "랜딩기어 이상 없어"
착륙유도시설 고장 났지만 이미 사전 공지‥사고 영향 미미
이강국 기장 관중비행‥사고 항공기 48시간 운행 불과
사고해결 키는 블랙박스‥해독하는데 6개월~2년걸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사고 항공기 조사를 위해 현지로 파견된 우리 조사단이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합류해 본격적인 사고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8일(현지시간) 사고기 조종사와 단독 면담을 갖고 사고 당시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면담 내용을 포함한 사고조사 내용은 NTSB와 발표 시점을 정한 뒤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NTSB가 현장에서 수거한 블랙박스(FDR)과 CVR(조종석음성기록장치)를 1차 분석한 결과를 볼 때 정황상 조종사의 운항 미숙으로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8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기체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우리 측 조사단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항공기 동체 꼬리가 방파제 턱에 충돌해 사고 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시각으로 7일 오전 3시20분쯤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가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기체결함 가능성이 주요 사고원인으로 꼽혔다. CNN이 사고 여객기 기장이 착륙에 앞서 관제탑과 교신에서 “응급차가 필요하다”고 말한 상황을 보도하면서 착륙 이전에 이미 항공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사고 원인이 랜딩기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 랜딩기어에 문제가 생겨 착륙 시 꼬리 부분이 먼저 활주로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첫날 조사를 끝낸 우리 정부 조사단은 당초 주요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랜딩기어 결함 등 기체결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종사와 관제탑 간 교신내용 역시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관제탑과 조종사 간 교신내용을 외신이 보도했지만 아직까지 NTSB도 해당 내용 출처가 사고 항공기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블랙박스 해독이 끝나면 해당 교신 내용의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내리고 바다 쪽에서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방파제에 항공기 동체 꼬리가 부딪쳤다. 활주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일찍 고도를 낮추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NTSB는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조종사가 수동으로 착륙을 시도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항의 착륙유도시설 고장 사실이 사전에 공지돼 있었고 착륙을 돕는 다른 항행안전시설이 작동 중이었기 때문에 수동 착륙이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고 밝혔다. 용어 의미 그대로 조종사가 어떤 정보도 없이 착륙을 시도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 실장은 “다른 항공기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마찬가지 방법으로 착륙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착륙사고는 당시 항공기 조정을 맡은 이강국 기장의 관숙비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숙비행이란 기장이 새 기종을 운항하는 데 필요한 운항시간을 쌓기 위해 일종의 체험비행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장은 총 비행시간이 1만 시간에 가까운 베테랑 조종사지만 사고 항공기인 보잉 777의 경우 운항시간이 43시간에 불과한 데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경험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정부는 관숙비행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절차인 만큼 이 상황만을 가지고 사고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이 기장은 9700시간 비행 경험이 있는 베테랑 조종사이며 옆에도 비행시간이 1만시간을 넘긴 조종사가 타고 있었다”며 “사고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볼 때 조종사 미숙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날 허스만 NTSB 위원장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착륙 직전 엔진을 가속한 것은 조종사가 기수를 상승시켰다가 다시 착륙하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해 정황상 사고원인이 조종사에게 있음을 시사했다.

사고 항공기에서 수거한 블랙박스(FDR)과 음성기록장치(CVR)이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주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NTSB와 우리 조사단은 공동조사팀을 구성하고 8일(현지시각)부터 블랙박스 분석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CVR에는 사고 직전 2시간 분량의 음성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엔 조종실 내 음성과 조종실과 관제탑 간 교신내용도 모두 들어 있다.

다만 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은 소요될 전망이다. 과거 사고조사 사례를 보면 블랙박스 해독을 마치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기까지 평균 2년8개월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 발생한 대한항공 괌사고의 경우 최종 조사결과 발표까지 2년 6개월, 1999년 대한항공 상해사고는 2년, 같은 해 발생한 대한항공 스탠스태드사고는 3년 7개월이 걸렸다.

▲FDR 모습 (자료=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