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의 백기사’ OCI-한미 합병…이우현 회장 두 숙부의 의중은

by김성진 기자
2024.01.16 15:01:40

이우현 회장, 합병으로 한미 측 우군 확보
한미그룹 모녀도 OCI홀딩스 백기사로 맞이
OCI홀딩스 최대주주 이화영·이복영 회장
아직 이번 합병에 대한 공식입장 없어 '촉각'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재계에서 보기 드문 OCI그룹과 한미그룹의 그룹 간 전격 통합은 이번 합병을 주도한 이우현 OCI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실장 양측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합병이 성사되면 OCI그룹의 지주사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옛 한미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고, 반대로 OCI홀딩스의 최대주주에는 임 사장이 오르게 된다. 각자 그룹 지배력이 확고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서로가 서로의 백기사가 돼주는 것이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
다만 이 회장의 두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에너지 회장이 이번 합병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의 부친 이수영 전 회장의 두 동생인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은 OCI홀딩스 지분을 각각 7.41%, 7.37% 보유한 1,2대 주주다. 이 회장의 두 숙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이번 합병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을 나타낸 적이 없다.

OCI와 한미약품이 지난 12일 발표한 그룹 통한 계획과 공시 등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을 취득하고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부인과 장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얻게 된다. 송 회장과 임 사장은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 및 OCI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OCI홀딩스의 신주를 발행받는 조건이다.



이번 협상은 이우현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작년 10월 이후 여러 차례 만나며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 합병은 시간상 2~3개월 만에 결론까지 도달한 초스피드 합병이다. 이처럼 양측이 단시간에 ‘그룹 합병’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불안정한 지배구조’라는 공통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우현 회장은 OCI그룹 경영을 담당하고 있지만 지주사인 OCI홀딩스 지분 6.55%를 소유한 3대주주에 불과하다. 이 회장의 작은아버지 이화영 유니드 회장(7.41%)과 큰아버지 이복영 SGC그룹 회장(7.37%)이 이 회장보다 더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만약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이우현 회장은 한미 측을 우군으로 확보해 최소 10.4%의 지분을 우호세력으로 두게 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업계에서는 과연 이우현 회장의 두 숙부가 이번 합병에 미리 동의한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합병은 단순히 OCI그룹의 바이오사업 확장뿐 아니라 기존 3자 경영체제가 무너지고 이우현 회장 단독경영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이 이번 합병에 반대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OCI홀딩스의 특수관계자 지분은 총 28.67%인데, 이우현 회장의 두 숙부가 차지하는 지분율은 이중 절반을 넘는 14.78%에 달한다.

한미그룹의 송 회장과 임 사장도 OCI홀딩스를 최대주주로 맞으며 확실한 백기사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7.03%를 소유한 OCI홀딩스가 된다. 합병을 반대하는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현재 9.91%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갖고 있으며 장남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진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10.5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