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공매도 논란에도 김주현 “제도 개편 어려워”[2023국감]

by최훈길 기자
2023.10.11 12:57:22

금융위원장, 공매도 제도개편 선긋기
“담보 비율 일원화? 해외도 일원화 無”
“전산 시스템 도입? 실시간 파악 못해”
투자자들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 시급”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제도를 개편하고 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일반 투자자들은 2차전지를 겨냥한 불법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까지 지속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주현 위원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을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질의하자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며 “국제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도 없고 현실적으로 똑같이 하는 것도 어렵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수기관리에서 벗어나 전산시스템을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외국에서도 (공매도 전산시스템으로) 안 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를 복잡하게 하는 게 투자자 보호인지 정말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며 공매도 제도개선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금융위는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하고 상환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비율이 105~120%로 여전히 낮은데다 공매도 대차 기한이 없어 여전히 차별적인 조건을 받는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발(發) 긴축 공포로 증시가 주춤하자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4일 9740억4874만원을 기록, 1조원에 육박했다. 1달 전인 9월4일(4701억3641만원)보다 107% 상승했다. 주로 외국인들의 공매도 거래대금(6502억8166만원)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불법 공매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 혐의로 올해 상반기 30곳에 89억8805만원의 과태료·과징금이 부과됐다. 에코프로(086520)의 자회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에코프로비엠(247540)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SK이노베이션(096770) 등 2차전지주를 겨냥한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다.

이때문에 개인투자자들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상환기간 90~120일 통일 △담보비율 130%로 통일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 가동 △10년간 공매도 계좌 수익액 조사 △대차시장과 대주시장 통합 운영 등을 촉구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증선위 의결 중 공매도 관련 제재 집계 결과. (그래픽=김정훈 기자)
하지만 김 위원장은 11일 국감에서 “개인은 현금으로 대주거래, 기관은 주식으로 대차거래를 한다. (주식의 현금화를 고려하면) 실제 기관의 담보비율은 140%를 넘어간다”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120%로 낮춘 상황에서 개인보다 기관이 공매도에서 유리하다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전산시스템에 대해선 “실시간 전산을 하려면 공매도 거래 시스템과 거래가 증권거래 시스템을 연결해야 한다”며 “대차 거래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주식 배당, 옵션 등 주식 빌리는 기관의 목적이 다르고 전화, 이메일, 플랫폼 등 기관 주문 상식도 다르다”며 “이런데 어떻게 실시간 파악을 하나. 파악해도 기술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적발 시)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