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1월 기준금리 인상 후엔 속도조절 필요"

by최정희 기자
2021.11.12 18:03:49

한국경제학회, 통화정책 쟁점 세미나
''비둘기파'' 前금통위원 2명, 금리 인상 요인 제한적
이재명 캠프 하준경 교수 "재정정책 강화"…금리는 인상 필요성 인정
윤석열 캠프 김소영 교수 "재정은 선별…금리 인상은 속도조절"

[이데일리 최정희 이윤화 기자] 한국은행이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8월에 이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거시경제 전문가들 대다수가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제기했다. 특히 전 금통위원이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을 강조하고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12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최근 거시경제 상황 평가 및 통화정책의 쟁점’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 금통위원이자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신인석 중앙대 교수와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연 0.75%의 기준금리가 기조적 금리 수준 대비 완화적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정책의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한은이 다른 선진국 대비 금리 인상을 서두른 이유는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측면이 큰데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률 하락이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희생비용이 크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 상승률을 7%포인트 낮추려고 한다면 성장률 2.8%포인트를 깎아 먹는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도 주택금융공사 등의 전세보증대출 확대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 금통위원이자 비둘기파로 분류됐던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은이 11월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리겠다고 공표한 것이나 다름 없어 오히려 안 올리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거 같다”면서도 “그 이후에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급박성에 대한 논거는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위기 이전 대비 경제가 3% 성장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정도 수준으로 미국보다 낮고 유럽보다 높은 정도”라며 “특별히 강한 회복세가 아닌 데도 선진국에 비해 금리 인상 시점이 더 빨라야 했는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노동시장에선 슬랙(Slack·유휴 자원)이 존재하고 물가 상승도 일시적이라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물가상승은 6개월~1년 정도로 일시적이고 2~3년을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 충격 등은 오래갈 충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제정책 책사로 불리는 하준경 한양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교수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하 교수는 금리 정책의 한계를 언급하며 양극화·기술패권·탈세계화 시대엔 전방위적인 재정정책 확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물가 상승이 길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 교수는 “중국이 전 세계 시장에 노동력을 쏟아내고 동유럽 노동자들이 서유럽으로 넘어오는 이런 공급 충격은 끝나가고 있으며 공급망 병목 현상도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은 1~2년 안에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요소수 같은 문제들이 어디에서 또 불거질지 모르는 상황이고 미중갈등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물가 상승세가 당초 예상보다는 길어질 것이라고 뉘앙스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정책으로 기술 투자 등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통화정책으로 유동성 함정을 막고 금융불안정을 막아야 한다. 금융정책이 결합해 돈이 생산적, 포용적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재정은 확장적으로 가되 금리는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소영 교수는 “현재 재정과 통화정책은 약간 조화롭지 못하다. 재정은 지속적인 확장으로 통화정책은 긴축, 거시건전성 정책은 급격한 긴축으로 가고 있다”며 “재정은 코로나19에 따른 (취약계층 중심으로) 선별 확장하고 통화정책은 속도 조절을 하고, 거시건전성 정책도 선별적으로 확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이재명 후보측이 주장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전방위적인 돈 뿌리기 대신 취약계층 중심으로 재정정책을 강화하고, 대출 규제도 취약계층에 대해선 완화적으로 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 역시 속도를 늦출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한은이 가계대출 등 금융불안정을 막을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1년 한은법 개정을 통해 한은의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이

추가됐음에도 정책 수단이 하나도 없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금융불균형은 국지적인 현상이고 통화정책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금융불균형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한은법 개정으로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이 추가됐음에도 정책 수단이 없어 문제를 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와 한은간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