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몰빵’ 수당에 제동…보험판매 첫해 수수료 1년치 보험료 이하로
by박종오 기자
2019.08.01 12:00:30
|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소비자 보호를 위한 보험 상품 사업비 및 모집 수수료 개선’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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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법인 보험 대리점(GA)에서 일하는 보험 설계사 김안전(가상 인물)씨는 요즘 유행하는 치매 보험을 팔고 보험사로부터 판매 첫해에만 수수료와 시책(특별 판촉비)으로 150만원을 받았다. 보험사가 김씨가 일하는 GA의 사무실 운영 경비 등까지 지원한 금액을 합치면 180만원에 이른다. 월 보험료가 10만원인 치매 보험의 18개월 치 보험료를 판매 1년 안에 몰아서 받는 셈이다.
설계사가 자기 이름으로 보험에 ‘셀프 가입’했다가 1년 만에 해지해도 60만원(판매 수당 180만원-1년 치 보험료 납입액 120만원)을 버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사망·상해 등 가입자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의 이런 과도한 판매 수수료 지급 관행에 칼을 대기로 했다. 오는 2021년부터 설계사의 보험 판매 첫해 수수료를 1년 치 보험료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보험 사업비 및 모집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2021년부터 보장성 보험 판매 첫해에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시책·보험 판매 대리점 지원비 포함)가 보험 가입자가 낸 1년 치 보험료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보험 설계사가 받는 판매 수수료에는 명시적인 규제가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보험 판매 대리점을 중심으로 판매 첫해에 보험 계약자가 낸 18개월 치 보험료를 수수료로 지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높은 수당을 줘서라도 판매 실적을 올리려 해서다.
문제는 과도한 수수료 지급 관행이 보험 불완전 판매나 민원, 이른바 ‘셀프 계약’ 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 상품을 팔기 위해 무리한 판매에 이뤄지고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설계사가 받는 판매 수수료 상한액을 계산할 때 보험 해약 환급금도 포함하기로 했다. 보험 상품에 셀프 가입한 설계사가 가입 1년 안에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환급금을 타서 수수료 규제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 가입 1년 차 이후에는 별도의 수수료 상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며 “수수료 총액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 첫해에 너무 많은 수수료를 지급해 생기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보험 설계사의 소득 감소 우려 등도 고려해 규제 도입 시기를 1년 6개월 뒤인 2021년 1월부터로 늦췄다고 설명했다.
전체 보험 판매 수수료의 최대 90%를 판매 6개월 안에 몰아서 주는 관행에도 손대기로 했다.
연간 지급하는 수수료를 설계사가 받는 전체 수수료의 60% 이하로 제한하는 대신 수수료 총액은 선지급 때보다 5% 이상 많은 수수료 분급 제도를 새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보험사가 기존 수수료 선지급 방식과 분급 방식을 동시에 제시하면 설계사가 선택하면 된다”며 “수수료를 나눠 받을 때 받는 수수료 총액을 높여서 분급 방식을 선택하는 설계사가 많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