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다 위 군사기지' 로널드레이건함, NLL 인근서 대북 응징력 과시
by김관용 기자
2017.11.14 12:00:00
美, 13일 동해상 훈련중인 레이건함 언론 공개
항모강습단장 "한반도 평화와 안보 위해 훈련"
[국방부 공동취재단·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반도 인근 동해상에서 작전 중인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의 갑판은 마치 재래시장을 연상케하듯 매우 북적였다. 항공기들이 뜨고 내리는 굉음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다. 함선으로부터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사출장치 ‘캐터펄트’(catapult)가 내뿜는 하얀 연기가 비행 갑판을 메웠다. 각기 다른 색의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은 전투기 이·착함 임무를 하느라 분주했다.
지난 13일 미군 측은 내·외신 언론에 레이건함을 공개했다. 동해상에는 레이건함 뿐 아니라 시어도어 루즈벨트함과 니미츠함 등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을 위시한 항모강습단이 출동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했다. 우리 해군이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한 것은 창군 이래 처음이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한미동맹의 강력한 응징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 13일 동해 상에서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에 F/A-18 ‘슈퍼호넷’ 전투기 등 항공기들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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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에서 수송기 ‘C-2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1시간여를 날아 레이건함에 도착했다. 레이건함은 이날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울릉도 동북방 동해상에서 훈련을 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공식적으로는 항모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NLL에서 남쪽으로 92㎞, 울릉도 동북방 92㎞ 해상이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이 동해 NLL 근방까지 북상한 것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내요원을 따라 관제탑인 비행갑판통제소로 향했다. 함 내부는 안내자가 없으면 금방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복잡한 미로 같았다. 비행갑판 통제소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레이건함 갑판과 전투기 등의 항공기들을 축소해 옮겨 놓은 ‘위저보드’(Ouija Board)였다. 전투기 등 장난감 같은 작은 비행기 모형을 위에 올려놓고 비행기 이·착륙을 통제했다. 갑판 폐쇄회로(CC) TV를 보면서 위저보드에 이를 그대로 옮겼다. 담당요원은 통제사가 체스 두듯 비행기 모형을 움직이며 어지러운 갑판 상황을 통제한다고 설명했다.
레이건함이 탑재하고 있는 항공기는 현재 총 67대다. 이중 F/A-18 슈퍼호넷은 항공모함의 주력 전투기다. 최대속도 마하 1.7로 합동직격탄(JDAM)을 탑재한다. 항공모함은 1분 마다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있는 이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전자전기인 EA-18G ‘그라울러’도 탑재돼 있다. 적 지휘통신망과 방공망을 무력화 시킨다. 공중조기경보기 E-2C ‘호크아이’는 정밀 정찰 기능 외에도 지휘통제 기능을 갖춰 공중 지휘소의 역할을 한다. 대잠수함 작전을 수행하는 해상작전헬기(MH-60 R/S)도 눈에 들어왔다.
| 13일 동해 상에서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에서 비행갑판통제사가 항공모함 갑판의 축소판인 위저보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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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갑판통제소에서 갑판으로 나가려하니 상황실 근무 장교가 다급한 목소리로 안전을 강조했다. 그는 “항공모함의 갑판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라면서 “수많은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완벽한 팀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업무를 ‘특별한 도전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축구장 3개 넓이의 비행갑판에선 1분 만에 한 대씩 항공기들이 뜨고 내렸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올리자 F/A-18 슈퍼호넷이 불과 100여m를 달려 3초 만에 갑판을 이탈했다. 전투기 엔진이 뿜어내는 매연으로 눈이 매웠다. 전투기의 후폭풍에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휘청거렸다. 항공모함 상공에는 전투기 편대가 비행하고 있었다. 전투기 착함시에는 ‘어레스팅 와이어’(arresting wire)가 역할을 했다. 이 장치는 함 바닥에 설치된 쇠줄로 착륙하는 항공기에 고리를 걸어 짧은 거리에서 멈출 수 있도록 돕는다. 갑판에 있는 20여분 동안 슈퍼호넷 전투기 9대와 그라울러 전자전기 2대가 이·착함을 했다.
| 13일 동해 상에서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에 전자전기인 EA-18G ‘그라울러’가 착륙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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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을 맞은 마크 달튼 미 해군 제5항모강습단장(준장)은 한반도 인근 해상에서의 훈련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튼 단장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대규모 훈련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훈련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훈련 없이는 (전투에) 준비돼 있을 수 없다”며 “이런 훈련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하는 우리의 역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훈련을 중단하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우리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줄일 것”이라며 “우리는 훈련 중단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달튼 단장은 항모 3척의 공동훈련에 대해 “항모 3척을 합하면 매우 유연하면서도 엄청난 규모의 전투력을 창출해 국가 지도부에 많은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동훈련을 통해 3개 항모강습단에 속한 항모비행단과 함정이 공동작전 연습과 해상과 공중 간 활용 연습을 함으로써 한 몸처럼 움직이고 상호 방해 없이 작전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건함에선 함께 훈련 중인 루스벨트함과 니미츠함이 보이지 않았다. 이들 항모 3척은 지난 12일 서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배치돼 훈련한 바 있다. 달튼 단장은 “우리가 바로 옆에서 작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항모 1척에 탑재된 약 70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려면 공중과 해상에서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마크 달튼 미 7함대 제5항모강습단장(준장)이 13일 동해 상에서 항해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 함교에서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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