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빗나간 6월 물가 전망 '스위프트 효과'?…힘빠지는 8월 금리인하설

by양지윤 기자
2024.07.18 13:45:46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영란은행 목표치 부합
전망치보다 소폭 상승…8월 금리인하 가능성 33%로↓
영국서 진행 '에라스 투어', 호텔 등 서비스 물가 자극
전문가들 "스위프트 효과" vs "직접적 원인 아냐"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8월 금리인하를 단행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선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국 투어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쳐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 점에 주목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사진=로이터)
영국 통계청(ONS)은 17일(현지시간) 6월 CPI 상승률이 연 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 1.9%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5월에 이어 두달 연속 2%에 머물렀다.

변동성이 큰 식음료와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5% 올랐다. 직전월과 같은 상승률이지만, 시장 예상치 3.4%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호텔 가격 상승률은 8.8%로 전년 동기 1.7%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6월 서비스 부문 물가 상승률이 5.7%로 예상치(5.6%)를 소폭 웃돈 것도 호텔 가격 급등의 영향이 컸다.

6월 소비자물가 지표는 내달 1일 열리는 영국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CPI는 영란은행의 목표치인 2%를 유지했으나 시장 전망치보다 높았던 탓에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날 소비자물가 발표되자 금리선물시장에선 8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33%로, 기존 50%에서 대폭 낮췄다.

시장에선 스위프트가 지난달 영국 여러 도시에서 진행한 ‘에라스 투어’가 물가를 자극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프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조명받았다. 콘서트 개최로 인해 호텔·숙박, 교통·항공, 레스토랑 등 서비스 지출이 급증한다는 분석과 함께 ‘스위프트 플레이션’,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유럽에서 에라스 투어를 공연 중인 스위프트는 6월7일 에든버러를 시작으로 같은 달 23일 런던까지 영국에서 10차례 공연했고 이후 8월에 다시 런던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앞서 전문가들은 스위프트의 공연으로 호텔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 서비스 물가를 위협할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6월 CPI가 소수점 차이로 시장 예측치인 1.9%를 놓쳤다”면서 “스위프트가 호텔 가격을 왜곡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은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이야기”라고 짚었다.

산제이 라자 도이체방크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역시 메모에서 “완전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다음 달에 반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TD 증권의 전략가들은 스위프트의 투어가 호텔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높은 티켓 가격으로 서비스 물가를 소폭 올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호텔의 경우 숙박비 데이터를 수집한 기간에 공연이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블룸버그는 6월 CPI 만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인하를 염두에 둔 금통위원은 영란은행의 목표치 달성을 근거로 통화정책 전환을 결정할 수 있지만, 관망세를 보이던 금통위원들은 오히려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영란은행의 마지막 정책 회의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은 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인하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6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금리 인하로 전환할 만큼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