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노량진 구시장 일부 상인과 신시장 이전 합의…상인단체 반대 집회도 (종합)

by박순엽 기자
2019.06.20 14:45:59

수협 "상인 50여 명 신시장으로 이전할 것"
상인단체 “이번 합의는 상인들 협박한 결과”
양 측 모두 강경 대응 예고해 잡음 계속될듯

수협 노량진수산주식회사가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시장 일부 상인들과 신시장 입주 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사진=박순엽 기자)
[사진·글=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현대화 사업으로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던 구(舊) 노량진 수산시장 잔류 상인 가운데 일부가 신시장 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 시장 상인단체가 합의에 대해 규탄하는 뜻을 밝히면서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협 노량진수산주식회사(수협)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 신(新)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 시장 부지에 남아 있던 일부 상인들과 신 시장 입주 합의서를 체결했다”며 “이번 달 말까지 구 시장 상인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입주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협은 이번 합의서 체결을 통해 신 시장에 입주하는 구 시장 상인들을 5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협은 지난 4월부터 구 시장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의 중재 아래 총 8차례 협상을 해왔다고 밝혔다. 수협 관계자는 “구 시장 상인의 신시장 입주 동의서가 협상 이전에 제출되는 등 구 시장 존치만을 주장했던 과거와는 달리 협상에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해 협의를 진행하게 됐다”며 합의서 체결 이유를 설명했다.

수협은 구 시장 상인 측과 협의한 결과 신 시장 입주를 신청한 이들을 대상으로 △판매 자리를 1.5평에서 2평까지 확장 △구 시장 관리비 8개월분 감면 △신시장 관리비 1년간 20% 인하 △법적 소송 취하 △전체 입주 상인과 협의를 통한 판매 자리 재배치 △시장 활성화와 시설물 개선을 위한 300억원 지원 등을 시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재문 수협 대표는 “힘들게 추가 입주 기회를 만든 만큼 끝까지 구 시장에 남아 있는 상인들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은 입주를 거부하는 잔류 상인을 대상으로 법원 명도 강제집행과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의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재문 대표는 “50년이 다 돼가는 건물에 4년 동안 유지 보수를 한 번도 안 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그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구 시장 시설물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 시장 잔류 상인 단체는 수협의 이 같은 합의 발표에 반발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현비총)는 이날 수협의 구 시장 상인 이전 합의 기자회견 시간과 같은 시각에 구 시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수협이 밝힌 구 시장 상인들과의 합의는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상인들을 협박한 결과”라며 신시장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집회에는 구 시장 상인 60여 명 등을 포함해 9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윤헌주 현비총 위원장은 “지금까지 신 시장으로 이전한 상인 중 현대화된 건물이 마음에 들어서 간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 “모두 수협의 폭력, 협박, 회유 등에 못 이겨서 억지로 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비총 소속 상인이 90명가량 되지만 이전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한 명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전체 구 시장 잔류 상인 117명 중 최소 50명이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한 수협의 이야기는 맞지 않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는 허울 좋은 이야기만 써놓은 여론몰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비총은 수협이 이후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에 대해 개의치 않고 잔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위원장은 “구 시장 건물의 일부를 존치해 신구가 공존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수협이 어떤 조치를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구 시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량진 신시장 이전을 둘러싼 구 시장 상인단체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수협은 지난해 7월 대법원 명도소송 확정판결에 따라 구 시장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던 구 시장 부지에 대한 명도 강제집행을 6차례 실시했다. 명도 강제집행은 법원의 명도명령 이후에도 이에 대해 이행되지 않을 때 이뤄지는 강제적인 집행을 일컫는다.

지난 5월 6번째 명도 강제집행중 구 시장 상인 한 명이 솥에 담겨 있던 뜨거운 물을 뿌려 한 수협 직원이 2도 화상을 입는 등 그동안 명도 강제집행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협 측과 구 시장 상인들 사이 크고 작은 다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