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굴욕, 한국엔 기회`..항공·자동차 다음타자는?

by김세형 기자
2010.02.10 17:14:50

대우증권 "공작기계업, 글로벌 도약 기대"
국내선 자동차·IT업계가 든든한 원군..해외선 가격경쟁력
일본 공작기계업계, 도요타 사태로 회복 부진할 듯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에 이어 혼다까지 리콜을 결정하면서 일본 자동차 전반으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덕분에 한 참 아래로 여겨졌던 국내의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그리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반사이익을 한껏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다.

이미 연초 일본 최대 항공사 JAL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국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실질적 수혜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이은 것. 결과적으로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기업 들이 흔들리면서 일본기업들과 경쟁했거나 뒤쫓아가기 바빴던 국내 기업들이 찬스를 맞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가전이나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이미 몇몇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한 상황이다. 이같은 거대한 추세에도 부합하는 흐름이나 최근 두 가지 업종에서 연달아 이슈가 터지면서 일본을 앞지를 만한 다음 업종은 무엇이 되겠느냐에 대한 관심도 생겨날 법도 하다.

두산중공업(034020), S&T중공업(003570), 넥스턴(089140), 화천기계(010660), 이엠코리아(095190)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공작기계업종이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대우증권은 10일 공작기계 산업 분석 보고서를 내면서 국내 공작기계 업종이 올해 빠른 내수 회복에 도요타 리콜에 따른 특수까지 누리면서 글로벌 도약의 해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위기 후폭풍으로 우리나라나 일본업체 모두 침체를 겪었다. 우리나라의 수주 규모는 29.5% 줄어든 1조9123억원, 일본은 극심한 침체를 겪어 수주액은 4116억엔(10일 환율 환산시 대략 5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말부터 두 나라 모두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회복의 강도에 차이가 날 전망이다. 두 나라의 내수 업황이 엇갈리고 있고, 향후 공작기계 수출 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등 신흥경제국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CNC선반, 머시닝센터 등이 주종인 공작기계 분야에서 고가의 정밀기계의 경우 독일과 일본이 여전히 경쟁력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범용 공작기계는 우리나라 업체들도 이들 국가 업체의 기술력 못지 않게 성장했다.



덕분에 일본과 독일제품이 주름잡던 정밀 가공기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진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엔화 강세는 강력한 무기다. 지난해 국내 공작기계 수입이 15% 감소하는 가운데 가장 큰 수입처이던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30.8% 격감한 것은 이같은 현실을 나타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와 IT업계의 성장은 국내 공작기계 업계에 탄탄한 성장 기반을 제공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대우증권은 "국내 공작기계의 주요 수요처는 기존에는 조선이었으나 최근에는 자동차와 IT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며 특히 "도요타의 리콜 사태에 따른 국내 자동차 업계의 매출 호조로 부품업체들이 설비증설에 나서는 한편으로 품질개선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의 공작기계 업계는 도요타 파문으로 회복세에 찬물을 뒤집어 쓸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내수와 수출 비중이 절반씩 되는 가운데 내수의 주력 수요처가 자동차와 일반기계이기 때문. 대우증권은 지난해이 침체를 일본내 최대인 자동차 산업의 영업부진탓으로 돌리면서 도요타 사태로 자동차 관련 설비투자는 증설이 아닌 역행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공작기계업계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전자 등 IT업계와, 가속 페달을 밟을 자동차 업계를 두고 있다고 해도 글로벌 기업 도약의 열쇠는 해외 시장이다. 특히 유럽 등 선진국 시장보다는 빠른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등 신흥경제국 시장이 성패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공작기계 업체들 역시 지난해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 부진한 미주와 유럽지역 대신 중국을 중심으로 신흥 아시아 국가 수출 전략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들이 기술력 못지 않게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경쟁우위에 있어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판단했다.

대우증권은 결론적으로 올해 국내 공작기계 업계의 총 수주액은 전년보다 약 35% 성장한 2조5800억원, 수출은 전년비 30% 확대된 1조5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국내 공작기계업종이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