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사자 잇단 비극…檢, 이재명 수사 ‘속도조절’ 들어가나
by이배운 기자
2023.03.13 15:10:11
피조사자 연이은 극단선택…고강도수사 책임론 불가피
검찰총장 “안타까운 일 재발 않도록 세심한 주의하라”
법조계 “사회적 관심 큰 사건, 피의자 수치심도 커져”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의혹 관련해 수사받던 인물들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검찰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고강도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당분간 수사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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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형수 씨가 지난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가 전 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검찰은 전 씨에 대해 “한 차례만 소환 조사하고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며 강압수사 논란을 선 그었지만,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한 상황이다. 전 씨는 유서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여러 차례 토로하고 ‘수사가 조작됐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문기 씨도 검찰 수사에 대한 극심한 심적 부담을 호소했고, 같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고 유한기 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유동규 씨와 김만배 씨도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부장회의를 소집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심정”이라며 “앞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검찰은 이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유착 △백현동 개발 특혜 △정자동 호텔 특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해 주변 인물 조사 및 압수수색에 박차를 가했지만, 당분간 수사가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은 이미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른 만큼 기소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법조계는 공직자를 포함한 이른바 ‘화이트칼라’ 피조사자(피의자)들이 검찰 수사 도중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가 있을수록 좌절감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회적 파장력이 크고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일수록 피조사자는 수사 과정에서 상당한 수치심과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겪는 고통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회피·배려 목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커 수사기관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